2년 9개월 만에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을 받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과 SK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 진행
중국 왕이의 방한, 한중일 정상회의 등으로 관계회복 될지 주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6일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가 발표한 ‘2019년 11차 친환경차 추천 목록’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친환경차가 포함됐다. LG화학이 파나소닉과 함께 배터리를 공급하는 ‘테슬라 모델3’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사용하는 ‘베이징벤츠 E클래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그 대상이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2017년 1월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내어주지 않은 지 약 2년 9개월 만이다. 중국 내수 사업이 전면 중단돼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 기업들의 활로가 뚫린 셈이다.

이에 앞서 4일과 5일에는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기업인들을 만났다. 해당 방한 직후 위 같은 결정이 이뤄졌기에 업계에서는 한한령이 ‘해빙(解氷)’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행보 또한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진행된 1단계 투자에 이어 지난 13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에 80억달러(약 9초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중국 시안 공장은 메모리반도체로는 유일한 삼성전자의 해외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시안 반도체 2공장에 3년간 총 70억달러(약 8조1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초 착공한 2공장은 이번 달 안으로 완공,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초 본격 가동되며, 2020년 3월 1단계 투자가 마무리되면 이후 이번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강봉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시안시 위원회 서기 등을 만나 “80억달러 규모의 시안 제2공장 2단계 투자가 순조롭게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2단계 투자까지 모두 완료되면 총 투자액은 150달러로 우리 돈 17조8000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 또한 당시 시안 공장을 방문하면서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관계 회복은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주력하는 ‘V낸드 플래시’ 성장과 실적에도 맞물리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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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도 지난해부터 자회사인 시스템아이씨를 통해 중국 장쑤성 우시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생산 라인 가동의 본격화를 위해 충북 청주시에 있는 파운드리 공정장비도 중국으로 옮길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주력하는 것은 중국 내 110나노미터 이상의 아날로그 반도체의 수요다. 고객이 국내에 한정돼있어 수익성이 낮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했던 SK하이닉스에게 최근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 시장은 반도체 사업에 대한 선순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2017년 255억달러(약 29조6692억원)이던 중국 팹리스 시장이 2021년에는 이보다 2.7배 증가한 686억달러(약 79조8161억원)에 이르는 등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를 진행하는 삼성과 SK 입장에서 한한령 해소가 무엇보다 필요해지는 이유다.

대내외적인 요인들과 함께 최근 기업들의 행보는 한한령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으로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점, 중국이 자국 생산 반도체 비중을 70%까지 늘리려고 한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중국 시장의 빗장이 국내 기업들에게 열리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한다.

한편, 계속해서 대립하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도 훈풍이 불어 국내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중은 지난 13일 1단계 무역 협상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추가 대중 관세 조치를 취소, 기존 중국산 제품에 적용된 15%의 관세를 7.5%로 인하하기로 했으며, 중국은 미국의 농산물과 상품, 서비스 등을 대량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19일(현지 시각)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美 CNBC 방송에 출연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내년 1월 초에 이뤄질 것이라고 거듭 확인한 바 있다.

오는 22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가 열리며, 이를 계기로 2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의와 회담에서 한·중 관계의 회복과 한한령 해제를 위한 국빈 방한 약속 등 내용이 오갈 것으로 보이기에,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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