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의 보험이야기] 고령화 시대 역행하는 연금보험의 배신
[오세헌의 보험이야기] 고령화 시대 역행하는 연금보험의 배신
  • 파이낸셜투데이
  • 승인 2019.08.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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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연금보험은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함께 노후보장의 한 축으로 꼽혀 왔다. 고령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연금보험으로 노후를 준비해 왔고 보험사들의 주력상품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잡아 왔다.

그런데 최근에 연금보험 가입이 급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는 2014년 7조359억원에서 지난해 2조2133억원으로 무려 68.5%가 감소했다. 이 가운데 실적배당형 상품인 변액연금을 제외한 일반연금은 2014년 6조6323억원에서 지난해 1조6436억원으로 75.2%가 줄었다. 불과 4년 만에 4분의 1로 줄었다.

정부는 연금보험 비과세 혜택을 정책적으로 부여해서 연금보험 가입을 장려해 왔다. 공적 연금만으로는 부족한 금액을 개인들의 자조 노력으로 보완하려는 것이었다. 연금보험 세제혜택은 1991년에 보유기간이 3년을 넘으면 연금 수령 시 생기는 이자수익에 비과세가 적용됐다. 그러나 2004년에 10년 이상 보유로 강화됐고, 2017년에는 10년 이상 보유해도 일시납 1억원 또는 월보험료 15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주도록 혜택이 축소됐다.

세제 적격인 연금저축도 2014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때 환급액이 크게 줄었다.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던 것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최대 100만원이던 환급액이 50만원 (13.2% 세율 적용)으로 줄었다.

연금보험은 연금저축과 함께 사적 연금으로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노후대비를 위한 효과적인 상품으로 활용돼 왔는데, 최근에 연금보험 가입이 급감한 것은 주로 다음 4가지 이유 때문으로 생각된다.

첫째, 정부가 세수 증대를 위해 2017년에 연금보험 비과세 축소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부자에게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보유기간과 가입금액을 제한해서 연금보험 가입 유인이 줄었다.

둘째, 저금리 장기화로 연금보험의 가입 유인이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15년 3월부터 연 2%를 밑돌고 있고 4년 이상 초저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향후 추가 인하 시 한국의 금리 인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 동안 저금리로 인해 예정이율이 낮아지면서 보험료가 크게 인상됐다. 또한 연금보험을 이미 가입한 경우에도 공시이율, 투자수익률이 지속 하락돼 연금수령액이 크게 줄고 있다.

연금보험은 가입부터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보험료 중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공제한 저축보험료만 연금 재원으로 적립되므로 적립금이 시작부터 원금에 크게 미달되기 때문이다. 가입 후에도 적립금에 가산되는 이자가 적어 공제된 금액을 단기간에 만회할 수 없다. 원금을 회복하려면 10년 이상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

셋째, 보험사들의 의도적인 판매 기피로 연금보험 가입 실적이 크게 줄었다. 금융위가 몇 년 전에 ‘사적 연금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황당하게도 생보사들에게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을 연금 받는 보험으로 변칙,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업비 적은 연금보험을 여러 개 판매하는 것보다 사업비가 2~3배 많은 종신보험 하나를 파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연금보험을 외면한 채 종신보험에 매달리는 이유다.

넷째, 2022년 도입 예정인 IFRS17과 이에 따른 신지급여력제도(K-ICS)로 보험사들이 연금보험 판매를 대폭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성 보험인 연금보험은 팔면 팔수록 보험사 부채가 증가하므로 그만큼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보험사들이 연금보험 판매를 기피하고 축소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보험은 대부분 보험사(보험설계사)의 권유에 따라 가입하는 푸시(push)형 상품이므로 보험사가 연금보험 판매를 기피하면 가입 실적도 덩달아 줄 수 밖에 없다. 연금보험의 가입 실적은 전적으로 보험사 손(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연금보험은 사업비가 적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외면 당해 왔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세제 혜택 축소와 IFRS17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작정하고 판매를 기피하므로 연금보험은 그야말로 아사 직전이고 퇴출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은 국민(소비자)들이 볼 때 고령화 시대를 역행하고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것이며, 나아가 노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연금보험 기 가입자들은 그동안 막연한 기대감으로 버텨 왔는데, 가입 당시 보험사로부터 설명들은 연금액은 허수에 불과하고 실제 수령액은 반 토막에 불과하니 정신이 아득하고 난감하다. “연금보험의 배신”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도 문제다. 정년 후 노후에 힘들게 일해서 월급이 235만원을 넘으면 국민연금을 사정 없이 삭감하고 있으니 일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죽으라는 것과 같다. 고령자들은 생활이 어려워 73세까지 일하기를 원하는데 정부가 도와 주지는 못할 망정 쪽박을 깨지 말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고령자 근로 장려를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국민연금 삭감 폐지를 권고해 왔다는데 보건복지부는 복지부동, 묵묵부답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국민들의 노후 대비를 강화하기 위해 연금의 이자수익에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으므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정부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연금보험 활성화 대책’을 내놔야 한다. 금융위는 연금보험을 살리기 위해 관련 부처와 멱살을 붙들고 싸워서라도 연금보험 세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판매 기피를 막기 위해서 사업비 부가를 손 봐야 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실태 평가’ 시 연금보험 판매, 유지 실적을 포함시켜야 한다. 보험사들은 돈벌이와 실적 경쟁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양한 연금상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노후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국민(소비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정치인들은 표심에만 눈이 멀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매번 말만 앞세우며 허송세월해 왔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자가 없다. 아무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으니 믿을 건 자신 뿐이고 ‘각자 도생’할 수 밖에 없다.

연금보험에 대한 신뢰가 이미 무너져 있는 상황이므로 연금보험 가입을 감히 추천할 수 없다. 노후 준비를 다시 계획하고 설계해야 한다. 연금보험을 맹신하거나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연금보험에 배신당하지 않으려면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여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저축, 펀드, 주식, 부동산, 주택연금 등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해서 가장 유용한 방법을 선택, 활용해야 한다.

파이낸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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