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분양가상한제 직격탄, 서울 재건축 ‘악화일로’
“우려가 현실로”…분양가상한제 직격탄, 서울 재건축 ‘악화일로’
  • 배수람 기자
  • 승인 2019.08.1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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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분담금 폭탄 우려 등 조합 및 건설사, 분양 재촉하나
서울 재건축 6만여가구 영향권…“사업 추진동력 약화, 일정 차질 불가피”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강남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익성 악화는 물론 추가 분담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면서 연내 분양을 계획하고 있던 단지들의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분양가상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공공택지에 이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뤄진 조치다. 정부의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완화 조치는 오는 10월가지 관련 시행령 입법예고를 거쳐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개선안에 따르면 필수요건은 기존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개정한다. 선택요건 중 하나인 분양가격상승률은 해당 시·군·구의 분양실적 등이 없어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적이 없는 경우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상 청약이 가능한 지역인 주택건설지역(특·광역시)의 분양가격상승률을 사용하도록 했다.

효과적인 고분양가 관리를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에 따른 효력 적용시점을 일반주택사업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모두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한 단지’로 일원화했다. 그간 정비사업장의 경우 입주자모집승인 신청 전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하더라도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에 대해서는 적용이 불가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어 최근 후분양 방식을 통해 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회피하려는 사례 등도 고려됐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상한제 적용 주택의 전매제한기간도 늘어난다. 현재 전매제한기간은 3~4년으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의 유입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국토부는 인근 주택의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에 따라 5~10년으로 전매제한기간을 확대하기로 변경했다. 다만 불가피한 사유로 전매제한기간 중 매각할 때는 LH가 일정금액으로 우선 매입, 임대주택으로 공급, 필요시 수급조절용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분양가격이 기존보다 20~30%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저렴한 분양가격에 신규 단지를 공급, 전반적인 집값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목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당정협의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상한제 시행 발표로 무주택자들은 일명 ‘반값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반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제도의 사정권 안에 든 사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연내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예정인 사업지는 58곳, 6만1287세대에 이른다.

대표적인 단지는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래미안 라클래시’,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을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베일리’,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등이다. 이미 HUG의 고분양가 통제로 분양가 산정에 애를 먹던 가운데 분양가상한제 적용 예고로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이들 단지 중 후분양을 검토했던 단지는 선분양으로 선회하거나 분양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겨 조금이라도 사업비를 줄이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가상한제보다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는 편이 수익성에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도 나온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HUG로부터 앞서 분양한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와 같은 수준인 3.3㎡당 4569만원에 분양할 것으로 요구받았으나 주변 시세(6500만원선)와 맞지 않아 대안을 모색 중이던 단지다. 만약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HUG가 제시한 분양가에 15%가 인하한다고 가정하면 평당 분양가격은 3800만원 정도선으로 내려간다. 주변 시세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는 셈이다.

신반포3차·경남 등을 통합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베일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 사업장 인근 시세는 평당 9000만원에 육박하지만 당시 주변 분양가의 110%를 초과할 수 없다는 HUG의 규정에 따라 업계에서는 평당 4000만원선에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이보다 더 낮은 분양가격이 책정될 수도 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머리가 복잡하다. 현재 이주 및 철거가 진행 중인 이곳 단지는 HUG와 분양가 산정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던 중 상한제 발표로 사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단지 인근 시세는 평당 평균 4000만원 정도지만 HUG에서 책정한 분양가는 2500만~2600만원 정도다. 상한제가 시행되는 10월 전까지 분양 승인 신청을 하지 못하면 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2200만원 수준에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앞서 13일 긴급이사회를 진행하고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용산구 한남뉴타운 소재 한남3구역, 동작구 흑석3구역 등 굵직한 사업장에서도 분양가상한제와 관련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상 정비사업은 일반분양분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되는데 분양가가 낮아지면 조합 및 건설사에 돌아가는 수익은 기대에 못 미칠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악화하면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일반분양분이 없는 1:1 재건축을 하거나 사업을 전면 중단하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당장 10월부터 적용된다고 정부가 못을 박았기 때문에 조합 입장에서는 시한폭탄을 떠안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가 됐다”며 “이미 추가 분담금이 얼마나 될지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조합은 조합대로 머리가 아프고 부동산은 부동산대로 한숨만 나온다. 그나마 조금씩 이어지던 문의도 더 없어질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로 시장이 혼란스러운 만큼 당분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 움직임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인 곳은 사업 추진동력이 약해져 관망세가 짙어질 가능성도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1:1 재건축과 임대 후 분양카드 등을 검토하겠지만 장래 주택시장의 시계를 정확히 예측·담보하기 어렵다는 면에서 신규 진입 수요는 사업성이 탄탄한 지역으로만 제한될 것이다”며 “서울같이 택지구득난이 만성화된 지역은 장기적으로 정비사업 이익감소가 주택공급 위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수요·공급 교란이 장기 집값 안정 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 팀장은 “여전히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인식이 크기 때문에 신축·준신축 아파트들은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돼 반사이익을 볼 수 있어 가격 안정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며 “주택 대기 수요자들의 관심은 신규 분양시장으로 쏠리겠지만 가점이 높지 않은 수요자들의 당첨 확률은 더 희박해지면서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 돌아서는 움직임도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상한제 적용을 피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들도 입주자모집공고 전이라면 소급해 적용을 받게 된다. 여기에 후분양이 가능한 건축공정 기준도 공정률 약 80% 수준으로 높아진다. 이 때문에 후분양을 검토했던 분양예정 사업지들은 선분양으로 다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분양이 예정된 사업지들은 분양일정을 10월 분양가상한제 시행일 이전으로 앞당겨 공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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