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4. 사진=액토즈소프트

PC MMORPG ‘파이널판타지14(이하 파판14)’를 서비스하는 액토즈소프트가 운영 이슈로 인해 3일 만에 2억여원의 손해를 봤다. 파판14 운영팀은 ‘중립’을 지킨다고 연거푸 해명했지만, 유저들은 “운영팀이 남성혐오를 옹호하는 것 같다”며 예매했던 팬페스티벌 티켓을 환불하고 게임 월정액 청약철회를 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이용제한조치 ‘소급적용’ 논란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액토즈소프트가 서비스하는 파이널판타지14에서 지난 9일 게임이용제한조치를 받은 유저들의 이용제한 근거가 기존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영상 자료로 나타나며 ‘공지 소급적용’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액토즈소프트는 지난 8일 오후 ‘비매너 신고 및 대응 안내’ 공지사항을 통해 ▲비인가 프로그램 및 게임 데이터 변조 등으로 게임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 ▲다른 모험가들의 게임 이용에 고의적인 플레이로 일반 모험가의 게임 이용을 방해하는 사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사례 등 운영정책 위반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지사항에는 “게임 내에서 발생한 비매너 행위가 외부 사이트에 촬영/방송 신고가 접수된 경우에도 한국판 파이널판타지14의 게임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게임 데이터와 대조하여 더욱 면밀한 조사 후 운영정책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유저들은 기존에 액토즈소프트가 파판14 클라이언트를 이용한 스크린샷이 아니면 정식 신고 절차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던 상태였다.

실제로 3일 이용정지를 당한 사람들이 파판14 커뮤니티에 인증하기 시작하자 커뮤니티에서는 ‘약관변경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액토즈소프트의 이용약관 상 운영정책을 변경할 때에도 최소 7일 이전, 회원에게 불리하거나 중대한 사항의 변경은 30일 이전에 개정내용과 적용일자 및 변경사유를 고지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외부 자료를 이용제한 근거로 사용하지 않다가 갑자기 하기 시작한 것은 운영정책 변경이라는 것이다.

또 12일 현재까지도 운영정책 8.22 신고절차에 “비매너 신고 접수의 경우 파판14의 게임 및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생한 사항에 대해서만 처리되고, 사고 발생일로부터 7일 이내 신고된 문의여야 한다”며 “비매너 신고 시에는 파이널판타지14 게임 클라이언트의 스크린샷 촬영 기능으로 신고자 본인이 촬영한 관련 원본 스크린샷만 인정되며 편집, 타인의 촬영, 다른 경로로 입수한 스크린샷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는데, 정지는 공지사항이 올라오고 5분 뒤에 이뤄졌다.

유저들은 특히 8일 오후 6시 55분에 공지사항을 올리고 공지 전에 있던 일에 소급적용했다는 것에 분개했다. 파판14는 월 1만9800원에 30일 이용권을 구매해야 플레이할 수 있는 정액제 게임이다.

액토즈소프트는 9일 “v4.55 업데이트 이후 특정 콘텐츠에서 고의적으로 특정 유저들을 겨냥해 악의적으로 게임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가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발생해 해당 콘텐츠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모험가분들까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 재안내를 드리고자 공지했던 것”이라며 “운영정책 및 이용약관은 지난 4월 1일 이후 전혀 변동 사항이 없이 이번달 8일 공지 안내 이전과 동일하고, 공지에 영상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 운영정책이 변경된 것으로 오해를 일으키게 됐다”고 해명했다.

 

8일 저녁에 올라온 공지사항. 사진=파이널판타지14 공식 홈페이지 캡처

◆‘떼법’ 제재 논란으로 확산

하지만 액토즈소프트의 재차 해명 중 “모든 신고 조사와 제재는 게임 데이터를 근거로 진행하며, 조작된 영상이나 영상 내 캐릭터 정보 미확인 시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 혹, 참고 가능한 영상 자료가 있어도 이는 참고 자료일 뿐 다시 한번 게임 데이터 기반으로 한 번 더 검증한다”는 내용이 다시 문제가 됐다.

새로 추가된 56인 레이드 던전 ‘발데시온 무기고’에서 고의 게임 진행 방해 혐의로 이용정지를 당한 유저 중 한 명인 A는 사건 당시 해당 던전에 입장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A는 당시 자신이 던전 입장에 실패했고, B에게 트위치 개인방송 채팅창을 통해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게 하면 아이템을 주겠다”고 말했다. 게임 내에서는 채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큰 문제는 A가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B에게 건네준 것 외에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던 점이다. 액토즈소프트는 외부 방송 데이터는 참고자료일 뿐 게임 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액토즈는 트위치에 채팅을 한 사람과 B에게 아이템을 건네준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액토즈소프트가 트위치에서 문제가 된 채팅을 한 유저의 개인정보를 받아서 확인해야만 비교·대조가 가능한데, 액토즈소프트가 트위치에 해당 유저의 개인정보를 요청할 법적 근거도 없고, 트위치가 액토즈소프트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유저들은 액토즈소프트가 A의 정지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는 것은 ‘정황 증거’ 만으로 제재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일명 ‘떼법’이라고 불리는 것에 의해 소비자의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떼법은 법치주의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액토즈소프트는 아직 A가 어떤 이유로 정지를 당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9일 저녁에 올라온 2차 공지사항 일부. 영상 자료 등 외부 자료는 이전부터 참고 자료로 쓰지만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고 해명해 떼법 제재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파이널판타지14 공식 홈페이지 캡처

◆“증거 모아서 신고해도 소용없었다”

더불어 유저들은 액토즈소프트가 외부 자료를 참고해서 게임 내 데이터와 대조한다고 공지사항에서 강조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액토즈소프트는 “이전부터 외부 자료를 참고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영상 자료를 참고해 정지된 유저들도 변하지 않은 운영정책에 따라 제재된 것”이라며 운영정책 변경이 아니라 고지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현금거래나 불법프로그램을 신고했던 유저들은 액토즈소프트가 실제로는 아무리 증거를 모아서 신고를 넣어도 제대로 처리하는 것 같지 않았는데 영상 자료를 참고한 것이 문제가 되자 고지 의무 위반을 무마시키기 위해 그동안 해온 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유저들은 백만원대의 현금이 오가는 게임 내 하우징 현금거래나 불법프로그램(핵) 유저들을 영상, 외부 사이트 스크린샷 등 다양한 증거를 모아 액토즈소프트에 신고해왔다. 증거가 확실하다고 수차례 신고했지만 혐의를 받는 유저들이 멀쩡히 게임 내에서 활보하는 것을 봐온 것이다.

보통 다른 게임의 경우 불법프로그램 이용자나 구글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환불 시스템을 악용한 사람 등 주기적으로 이용약관 및 운영정책 위반 이용자 제재 현황을 공지한다. 이는 게임사가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증명하는 것과 동시에 불량이용자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파판14 공식 홈페이지에는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특별단속 기간의 제재 현황만 공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사전적의미재기’, ‘물의요정재기’ 등 워마드에서 남성의 극단적 선택을 조롱하는 ‘재기’를 이용해 아이디를 만들어 활동하는 유저를 신고했지만, ‘사전적의미재기’ 등의 유저가 버젓이 게임 속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되며 액토즈소프트 안에 워마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신규 하우징 구역 업데이트 이후 대규모 하우징 현금거래 정황을 파악하고 수개월에 걸쳐 증거를 수집해서 액토즈소프트에 신고를 넣었다는 유저에게 신고 과정과 결과에 대해 물어봤다.

그 유저는 “2017년 9월 28일부터 2018년 3월 27일까지 하우징 현금거래 증거 72건, 기타 불확실한 증거 40건 등 총 112건을 수집했고, 81건의 하우징 현금거래 정황을 신고했다”며 “현거래 하는 걸 찾아서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싶어 열심히 신고했었는데, 어차피 신고해봐야 제재하지 않을 것 같고 운영 측에서도 영 미지근해서 의욕도 사라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서 “스크린샷을 참고해 운영정책 위배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는데 제재 유무는 개인정보라고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서 이후 문의에는 이전 답변을 참고하라는 내용이 주루룩 왔다”며 “레터라이브에서 최선을 다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정작 신고했던 사람들이 버젓이 게임하는 게 보이니까 일을 안 한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9일 저녁에 올라온 2차 공지사항 일부. 중립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등을 돌린 유저들이 많았다. 사진=파이널판타지14 공식 홈페이지 캡처

◆3일 만에 팬페스티벌 800여표 취소돼 2억여원 손해

액토즈소프트는 9일 저녁이 돼서야 공지를 올렸다. 사건이 시작된 8일 저녁과 공지가 올라온 9일 저녁 사이에 파판14 운영팀장이 파판14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인적으로 글을 올리며 “신고건 중 일부 유저의 개인 정보를 확인했다”고 말해 감찰 논란도 생겼다. 액토즈소프트에 따르면 해당 운영팀장은 현재 대기발령 상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유저들은 9일 저녁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운영진이 파판14가 메갈겜이라는 걸 인증한 셈”, “2년 전처럼 운영진이 여전히 메갈 편을 들고 있다” 등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반발은 거세졌다.

액토즈소프트의 9일 저녁 공지 이후 대부분의 남성혐오세력 및 그 옹호 세력은 트위터 및 게임 내에서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환멸을 느낀 유저들을 중심으로 팬페스티벌 예매 취소가 시작됐다.

‘파판14 팬페스티벌’은 그동안 일본,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됐던 파판14 팬만을 위한 행사로 한국에서는 2017년 첫 개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팬페스티벌은 오는 10월 5일과 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레터라이브와 개발자 패널, 코스프레 콘테스트, 더 피스트 한국 챔피언쉽 등을 비롯해 다양한 굿즈와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꾸며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팬페스티벌은 유럽이나 북미 팬페스티벌보다 더 큰 5000명 규모로 액토즈소프트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행사다. 입장권은 우선 입장권(2일권, 18만원)과 일반 입장권(2일권, 16만원)으로 나뉘며 우선 입장권은 500장, 일반 입장권은 4500장이 마련됐다.

예매 현황에 따르면 사건 발발 당시인 8월 8일 오후 7시에는 우선 입장권 500장과 일반 입장권 2300여장이 예매됐고, 잔여 수량은 일반 입장권 2200여장이었다. 하지만 1차 예매 취소 마감일인 11일 밤 11시 59분에는 잔여 수량이 일반 입장권 3000여장으로 늘었다.

유저들이 단순히 예매만 취소한 것이 아니라 팬페스티벌에 온 파판14 팬들이 구매할 굿즈 등 구매력을 고려하면 액토즈소프트는 3일 만에 표값 1억여원에 굿즈 판매 1억여원 등 2억여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게임 이미지가 망가져 기존 유저가 이탈하고 신규 유저 유입이 힘들어진 것도 포함하면 손실이 거의 4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게임사 관계자는 “액토즈소프트가 이번 팬페스티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1차 예매에서 입장권 40%만 팔려 손해가 클 것”이라며 “한국 서버를 떠난 사람들이 일본 서버로 가는 걸 보면 게임 자체는 괜찮은데 운영 때문에 유저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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