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사업장서 진통 겪어, “수주 경쟁 치열, 무리한 공약 내세운 탓”
지난달 장위6구역 시공사 선정 앞서 불법 홍보관 운영 등 구설수

서울 송파구 잠실 미성아파트 전경. 사진=배수람 기자

주택시장 분위기가 위축된 데다 정부가 시공사 수주비리 근절을 위한 고강도 규제책까지 마련하면서 건설업체들의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간 관행처럼 행해진 이른바 ‘퍼주기’식 경쟁에 나서는 업체는 일부 줄어들 수 있으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열악해진 수주 환경 탓에 시장 혼탁까지 불사하며 무리한 공약을 내세우는 업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이사비, 특화설계 등을 내걸고 수주전에 뛰어들었다가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탄탄한 재무구조 및 브랜드 인지도 등을 믿고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노후 단지가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리 사업이 지지부진을 겪는 사업장도 더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건설은 이와 관련해 조합원과 잦은 갈등을 빚으며 수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다양한 특화설계 도입, 풍부한 경험 및 노하우 등을 강점으로 조합의 마음을 얻었으나 실제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제시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소송전에 치달을 정도로 조합과 갈등의 골이 깊었던 곳은 재건축 시장 대어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2017년 10월 롯데건설은 해당 재건축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입찰 제안서에서 롯데건설은 스카이브릿지 3개, 지하주차장 1개 증축 등 특화설계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또는 이사비) 명목으로 총 569억원을 무상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시 조합에서는 고액의 이사비 지원 논란이 일면서 이사비 명목으로는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해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끝내 재초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예상됨에 따라 롯데건설이 제시한 569억원만큼 공사비 감액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 이후 롯데건설은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에서 제시한 설계안대로 공사를 진행하면 해당 금액만큼 공사비를 제하겠지만 롯데건설에서 제시한 혁신설계안을 적용하면 공사비를 삭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6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서울클린업시스템

이에 일부 조합원은 지난해 9월 롯데건설 시공사 자격을 박탈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시공사를 재선정할 경우 자칫 재초환 폭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 협의를 해 나가는 것으로 갈등은 어느 정도 봉합됐다. 예상보다 시기가 미뤄지긴 했지만 미성크로바는 올 1월 28일부터 시작해 다음 달 27일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이다.

롯데건설은 서울 노원구 상계뉴타운 재개발 사업에서도 한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계6구역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은 이주 및 철거에 앞서 이사비 지급을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아 마찰을 빚었다. 현재 상계6구역은 철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분양을 준비 중이다.

2010년 시공사 선정에 앞서 롯데건설은 세대당 3000만원, 무이자 대여 1000만원 등 이사비 4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조합원이었다가 현금청산에 나선 이들에게는 1000만원만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해 6월 진행된 사전협의체 회의에서 한 현금청산자는 “시공사 선정 시 제안서 책자에는 4000만원을 준다고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거의 모두 1000만원씩 받았다”며 “하지만 그 이후 본계약에 들어가서는 조합원이 아니면 못 준다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우건설에 패한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서도 불법 홍보 활동 등으로 일부 조합원과 대립한 바 있다. 조합에 따르면 당시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은 조합에서 허가하지 않은 장소에 홍보관을 건립하거나 산출 내역 없는 대안 설계를 제시하는 등 조합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이곳 조합에서는 자칫 정비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고 판단,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도와달라는 당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잡음이 계속되면 그간 쌓은 롯데건설의 신뢰도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다. 향후 나서는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무리하게 수주 경쟁을 펼치려는 움직임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며 “하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사탕발림으로 우선 시공권부터 따내고 보자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에서 크고 작은 불법행위를 묵인하고 해당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했다가 향후에 문제가 돼 사업이 기약 없이 중단되거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면 그때는 누가 책임을 지냐”며 “이런 불안감들이 상존하면서 차라리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투명하게, 공정하게 진행하는 게 가장 빠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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