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 ‘민간인 사찰’ 언론에 의혹 제기
고위 공무원, 전직 총리 아들, 시중 은행장 동향 관련 ‘첩보보고서’ 공개
청와대 “국정원 놓아버린 정부, 상식적으로 판단해야”…법적 대응할 것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감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시중 은행장과 가상화폐 관련 정보 수집과 관련해 민간인 사찰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비위 혐의로 감찰을 받고 있는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이 일부 언론을 통해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한 입장 표명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일부 언론에서 청와대 특감반의 활동을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민간인 사찰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에 국가정보원의 정보요원을 철수시키고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금지시켰다. 이에 ‘국가기관의 민간인에 대한 사찰 금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김 수사관이 고위 공무원 사생활, 전직 총리 아들의 투자 현황, 시중 은행장 동향 등 자신 작성했다는 ‘첩보보고서’ 목록을 일부 언론에 공개하면서 청와대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김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이라고 하면 과거 정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지시에 따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정 민간인을 목표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특히 시중 은행장 비위 첩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특감반원이 임의로 수집했고 보고를 받은 (이인걸) 특감반장이 감찰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해 바로 폐기했다”며 “정치적 의도나 정치적으로 이용할 목적이 개입·작동한 적이 전혀 없다. 정부 정책 반대 인사 등 특정인을 목표로 진행한 것도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상화폐 대책 수립 과정에서의 기초자료 수집도 민간인 사찰 범위에 포함돼 보도됐다.김 대변인은 “왜곡이다. 반부패비서관실은 국가 사정 관련 정책 수립이 고유의 업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대책을 세우던 2017년 12월 당시 가상화폐는 이상과열로 투기적 양상이었고 각종 범죄 수단으로 사용돼 다수의 피해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범여권의 일부 인사를 비롯한 사회지도층이 가상화폐 거래에 관여한다는 보도가 다수 있었다. 가상화폐 거품이 꺼질 경우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일어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은 물론 학생, 가정주부, 회사원 등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위험성이 높아지던 때였다.

김 대변인은 “반부패비서관실은 가상화폐 관련 불법 행위를 단속해 국민 피해를 방지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과 행정요원들이 모두 협업으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시 특감반원들은 반부패비서관실 행정요원으로 박형철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가상화폐 동향, 불법 행위, 피해·과열 양상과 연관성 등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수집했다. 주요 인사들이 관련 단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공개적인 방법을 통해 알아봤다.

이는 정당한 업무였고 꼭 필요한 조사였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었다.

1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감반 의혹'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는 김의겸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김 대변인은 “가상화폐 대책 수립 과정에서 관련 기관에 대한 현황 정리가 필수적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범여권 일부 인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관련 기관의 단체장을 맡고 있는 경우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김 수사관에게) 가상화폐 보유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보고를 받지도 않았다. 강제수사권이 없기에 가상화폐 보유는 알 방법도 없고 정책 보고서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김 수사관은 박 비서관이 1계급 특진을 전제로 전직 고위 공직자들의 가상화폐 보유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박 비서관은 그럴 의사나 능력도 없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했다”며 “이 사안도 박 비서관의 적법한 지시에 따라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이 이뤄진 것이고 어떠한 정치적 의도나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민간인 사찰’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한국 사회에서는 가상통화가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이고 양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청와대 안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때 가상화폐의 문제점을 느끼고 주도적으로 대책을 세운 곳이 반부패비서관실이다. 그 결과 12월 28일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으로 이어졌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규제를 하지 않았다면 그 피해는 수백만 명의 학생, 가정주부, 회사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을 것”이라며 “가상화폐 관련 정책을 만들기 위해 기초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꼭 필요한 요건이다. 이를 ‘민간인 사찰’이라고 하면 정부 내 이견을 지닌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정부 정책은 무엇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라고 거듭 밝혔다.

김 수사관의 공항철도 감찰 지시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김 대변인은 “특감반장이 공기업으로 잘못 알고 감찰을 지시했지만 민간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을 깨끗이 놓아버린 정부다. 10명도 채 안 되는 특감반원들을 데리고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게 납득이 되는지 상식으로 판단해 달라”며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고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김 수사관에 대한 추가 징계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또 첩보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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