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익재단 4곳, 외부인사 선임…50년 만에 처음
재단 의결권 제한 등 규제 강화 움직임…“공정위 의식했나”

LG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전 LG전자 상무가 그룹 ‘지휘봉’을 잡은 뒤, LG그룹이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LG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 후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4세 승계를 속전속결로 마쳤다. 마흔에 회장 타이틀을 거머쥔 구광모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발 빠르게 경영현안을 챙겨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광모호’가 닻을 올린 가운데 업계 관심은 공익재단 수장 자리로 옮겨갔다.

LG그룹은 LG연암문화재단·LG연암학원·LG복지재단·LG상록재단 등을 비롯해 LG상남언론재단·LG미소금융재단·충북창조경제지원재단 등 총 7곳의 공익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연암문화재단, 연암학원, 복지재단, 상록재단 등 주요 재단 4곳은 구인회 LG 창업주에 의해 1969년 설립된 이후 줄곧 총수들이 재단 이사장을 맡아왔다.

예측은 빗나갔다. LG는 반백년을 이어왔던 기존 관행을 깨고 이문호 전 연암대 총장을 재단 이사장에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익법인 규제 강화를 추진한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짐작을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공정위에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최종보고서’를 올렸다. 공정위는 지난달 초 발표한 ‘공익법인 실태조사 분석결과’에 따라 특위가 제안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연암문화재단과 연암학원은 그룹 지분을 일정 부분 보유하고 있다.

연암문화재단은 ▲LG그룹 주식 57만2525주(0.33%) ▲LG화학 2만746주(0.03%) 등을 보유 중이고, 연암학원은 ▲LG그룹 367만5742주(2.13%) ▲LG상사 1만7046주(0.04%) 등 주식을 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LG 지분은 구본무 선대회장 외 특수관계인 31명이 총 46.68%을 갖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현재 6.24%(1075만9715주)를 보유 중이다.

구광모 회장은 최대주주인 구본무 회장(11.28%·1945만8169주), 구본준 부회장(7.72%·1331만7448주)에 이어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단 이사장직을 통해 재단의 지분을 챙겼다면 구본준 부회장을 넘어 2대 주주로 올랐을 수 있다.

LG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룹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구광모 회장 뜻이 반영됐을 뿐이라는 것. LG 관계자는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은 거의 없다”며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나 사익편취 등으로 재단이 악용된다는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중 가장 젊은 총수체제를 확립한 구광모 회장에게 남은 숙제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지분 승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LG 지분 11.28%는 시가 약 1조5000억원 정도다. 경영권 프리미엄 20%를 가산하면 주식가치는 1조8000억원을 웃돈다. 이 중 1.49%만 상속받아도 구광모 회장은 LG그룹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만약 구본무 선대회장의 지분을 온전히 상속받을 경우 30억원 이상 주식 유증에 책정되는 세율 50%가 적용돼 구광모 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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