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최수현.사진=파이낸셜투데이

“패션은 문화의 척도라고 볼 수 있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즐거운 것처럼 좋은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옷은 사람과 가장 가깝고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패션은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최수현 디자이너는 20년 차 베테랑 디자이너다. 그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한 뒤 패션 공부를 위해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뉴욕 parsons 패션스쿨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패션 공부를 시작했고 졸업 후 뉴욕에 있는 패션 회사에서 디자이너 일을 시작했다.

최수현 디자이너는 1998년 한국에 돌아온 뒤 이듬해 10월 청담동 개인숍 ‘Cubellia(큐벨리아)’를 열었다. 오뜨꾸뛰르(맞춤복)를 주로 제작했던 그는 패션상품 수입과 생산 유통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디자이너로서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근 그는 ‘제1회 미즈 머츄어’ 대회에서 수상했다. 미즈 머츄어는 여성의 가치와 능력이 외모가 우선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아닌 주체성을 가지고 남성 못지않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활동하는 사회의 롤모델인 여성을 섭외하여 시상하는 행사다.

아래는 패션으로 행운을 가져다주고 싶다는 최수현 디자이너와의 일문일답.

Q. 패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께서 옷을 직접 만들어 주셨다. 그 영향을 받아 원단을 보고 바느질하는 것을 좋아해 어렸을 때 인형 옷도 만들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혼자 쇼핑을 다니면서 옷을 살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를 꿈꾸게 됐다.

Q. 패션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유학 생활은 어땠나.

A.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시카고로 갔다. 시카고에서 언어적인 부분을 해결하고 나서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뉴욕으로 갔다. 다른 유학생들과 다르게 아무런 준비 없이 미국으로 떠나서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았다. 학교와 집만 오가면서 공부만 해서 유명한 관광지를 가보지 못해 아쉽다. 학교생활은 즐거웠다. 틀에 박혀있고 주입식인 한국의 교육방식과 다르게 자유롭고 재밌게 배울 수 있어 효율도 높았다.

Q. 그렇다면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A. 졸업하고 패션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일이 적응되니 회사에서 비자를 만들어 주겠다는 등 좋은 조건을 제안했지만 외로움이 컸다. 한국에서 대학교 과정까지 마치고 유학을 간 것이었기 때문에 친한 친구, 가족이 전부 한국에 있어서 그리웠다. 게다가 28살 때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해서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패션 회사 입사를 원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하루 종일 일만 해서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Q. 귀국한 후에는 어떤 일을 했나?

A. 들어오자마자 연예계 쪽에서 일하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연예인 옷을 제작하는 일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연예인 의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가 거의 없었다. 있더라도 전문적인 공부를 마친 사람이 부족해 많이 열악했다. 하지만 이 일 역시 많이 바빴다. 연예계가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밤샘 작업도 허다했다. 연예인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내 삶을 내가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숍을 오픈하게 됐다.

Q. ‘Cubellia(큐벨리아)’는 무슨 뜻인가?

A. 샵을 오픈하려고 이름을 고민했는데 대부분의 이름이 이미 등록돼 있었다. 그러던 중 ‘큐벨라’라는 여신의 이름을 우연히 알게 됐다. 어감이 좋았고 멋있고 당당한 여신이라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았다. 멋있고 당당한 사람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의미로 ‘큐벨리아’는 단어를 만들었다.

Q. 디자인할 때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것은 실용성이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옷이더라도 움직이는 데 불편하면 소용이 없다. 대신 품위는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품위 있고 세련돼 어디서나 자신감 있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고객들이 내 옷을 입고 일이 더 잘 풀린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비즈니스를 할 때 패션은 자기의 이미지메이킹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내 옷을 입고 일도 더 잘 돼 럭키 옷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에게 옷이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는구나’는 생각이 들어 실용성과 품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Q. 최근에 사회의 롤모델의 여성상인 `미즈 머츄어'를 수상하신 소감은?
 
A. 어릴 적 오래달리기 선수였고,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 것이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앞만 보며 꾸준히 달려온 패션디자이너의 길 앞에 ‘미즈 머츄어’ 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 둘씩 해내는 보람으로 행복을 느끼고 싶다.

파이낸셜투데이 김한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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