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자탑이 와르르~

[파이낸셜투데이 이한듬 기자] 요즘 하이마트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선종구 회장이 비리 혐의로 사정기관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고 있어서다. 물론 아직까진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는 단계이지만, 선 회장이 비리 혐의에 연루됐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하이마트는 벌써부터 매각일정 차질과 주가 하락 등 후폭풍을 제대로 맞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큰 문제는 선 회장의 추락이 몰고 올 파급력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선 회장은 지난 90년대 말 대우그룹 해체로 갈 길을 잃은 하이마트의 경영을 맡아 전자제품 유통업계 1위로 성장시키며 회사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발생했던 유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전국 하이마트 임직원들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선 회장의 편에 섰던 일화는 선 회장에 대한 내부의 신뢰가 절대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의 수사로 선 회장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날 경우, 사실상 하이마트의 ‘영웅’과 다름없던 그의 시대가 저물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10여 년 간 하이마트 이끌어온 선종구 회장,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
하이마트 매각 차질-주가 하락-이미지 실추 등 경영인생 최악의 위기

10여 년 간 하이마트 이끌어온 선종구 회장,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하이마트 매각 차질-주가 하락-이미지 실추 등 경영인생 최악의 위기

 

지난 10여 년 간 하이마트를 이끌어온 선종구 회장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사정기관의 수사망에 선 회장의 비리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검사장 최재경)에 따르면 선 회장은 ‘국외 재산도피와 증여세 탈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25일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와 선 회장의 자택을 시작으로 26일과 27일에는 각각 선 회장 자녀들이 요직을 맡거나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 관련 서류일체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선 회장 일가와 하이마트 경영진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횡령 혐의 수사, 대체 왜?

검찰은 선 회장이 유럽의 조세 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1000억원 이상의 회사 돈과 개인 자산을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빼돌리고, 이 중 일부를 다시 자녀인 현석, 수연 씨에게 증여하면서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선 회장이 최근 강원 춘천시 소재의 엔바인리조트 골프장에 투자한 1000억 원대 자금의 출처도 횡령 금액과 연관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이처럼 선 회장의 비리 혐의에 대한 단서를 잡은 것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하이마트가 해외 지사 등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세탁한 정황이 담긴 금융자료를 넘겨받은 것. 이때부터 조용히 내사를 진행해 오던 검찰은, 그러나 최근 사건을 수면위로 끌어올리며 국세청과 공조를 통해 수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검찰이 수사 방향을 공개수사로 전환 이유를 ‘결정적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곳이 대검 중수부인 만큼, 단순한 심증만으로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하이마트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선 회장의)비리 혐의는 회사에서도 몰랐던 이야기”라며 “일단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게 회사의 공식입장”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뭇매 맞는 하이마트

물론 아직까진 선 회장의 비리 혐의가 ‘사실’로 판명 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와는 상관없이 검찰 수사의 여파는 벌써부터 하이마트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하이마트의 최대 중점 사안인 매각 일정이 수렁으로 빠지게 됐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말 최대주주인 유진기업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매각이 결정되면서 M&A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자제품 유통업계 1위인 하이마트 인수할 경우 막강한 유통채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 내로라하는 국내 유통공룡 업체들이 하이마트 인수에 욕심을 냈다.

하지만 선 회장발(發) 악재로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결국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매각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서는 그저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진 추후 매각 일정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하이마트의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지난달 24일 7만5600원이던 종가는 선 회장의 비리 혐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7일과 28일 각각 6만4300원과 5만7500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지난 7일 6만2300원에 장을 마쳤으나, 지난해 6월 상장 이후 평균 7만5000~8만원 정도를 유지하던 것에 비하면 불안정한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상장폐지 위험도 하이마트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대규모 법인은 자기자본의 2.5% 이상 임직원 등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 시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이마트의 자본총계는 1조4061억원으로, 만약 선 회장의 1000억원대의 횡령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상장폐지 위험이 높다.

스스로 ‘신뢰’ 무너뜨린 선 회장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선 회장의 추락 그 자체에 있다. 선 회장은 대우그룹 몰락의 잔재에 불과했던 하이마트를 지금의 위치까지 일으켜 세운 인물이다. 하이마트는 대우전자 제품 판매 일부를 담당하던 ‘한국신용유통’과 90년대 말 IMF로 인한 대우그룹의 조직슬림화 과정에서 내쳐진(?) 대우전자 국내 영업총판 부문이 합쳐져 지난 1999년 탄생한 회사로, 당시 대우전자 판매총괄본부장 출신이던 선 회장이 이를 넘겨받아 경영을 진두지휘 해왔다.

이후 2005년 초반 외국계 자본이 하이마트에 눈독을 들이자 직원들의 고용과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조건 하에 홍콩계 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F)와 유리한 M&A 계약을 체결했고, 2007년 유진기업에 다시 재매각 될 때에도 같은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선 회장은 동요하는 직원들을 다독였고, 그런 그를 구심점으로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2011년 6년에는 카테고리킬러 분야(특정 품목만 취급하는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처럼 남다른 성장 과정을 거친 까닭에 선 회장에 대한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신뢰도는 가히 ‘절대적’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했던 유진기업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하이마트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임원과 전국 지점장 전원 사직’이라는 배수의 진까지 쳐가며 선 회장을 지키려 했던 점은 그에 대한 신뢰가 얼마만큼 대단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신뢰하던 선 회장의 실체가 치명적인 도덕성 결함이 있는 인물로 판명날 경우, 그 충격과 실망 또한 엄청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하이마트 내부에서는 실망과 동요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하이마트의 영웅이나 다름없었던 선 회장의 시대가 저물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하이마트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 직원들이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적인 불만이나 동요의 분위기는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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