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

폭스바겐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재진입을 천명했다. 5가지의 신차를 선보이며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수입차 왕좌 탈환 의지를 강하게 내비췄다. 또 한국 고객에 대한 사과까지 전하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이는 허울에 지나지 않았다. 사과는 구체적이지 않았고, 진정성이 떨어졌다. 그리고 뒤에서는 ‘호박씨’를 까는 듯한 행태를 보이며 한국 시장을 다시 한 번 기만했다.

발단은 이렇다. 환경부는 지난 9일 폭스바겐에 대해 또 한 번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그룹사 내에 있는 포르쉐, 아우디와 함께다.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판매된 투아렉 차량이 해당됐다.

운전대 회전각도가 커지면 이를 실제 운행 조건으로 인식하고 EGR 가동을 자동으로 멈추는 방식이다. 실내 인증시험 때는 인증기준(0.18g/㎞) 이내이지만, 실제 도로에선 1.7배(2.098g/㎞)로 배출가스를 내뿜게 된다.

문제는 폭스바겐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에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는 점이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낸 것. 지난 18일 열린 신차 기자간담회에서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사과와 신뢰 회복을 외쳤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또 폭스바겐은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었던 것 마냥 고객들에게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 시선을 돌렸다. 즉 뒤에선 자신의 치부를 들키지 않도록 ‘호박씨’를 까면서 정작 소비자들에게는 할인이라는 입막음용 ‘당근’을 던져준 것이다.

공교롭게도 폭스바겐이 다시 시장 재진입을 선언한 2018년은 수입차 업체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다. 한국 수입차 시장은 최고점을 매년 갱신하고 있으며 국산 업체의 부진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폭스바겐이 보인 이중적인 행태가 단순히 수익성 좋은 시장에서 차를 더 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폭스바겐은 2015년 디젤게이트 당시 제기됐던 ‘임의설정’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진정 폭스바겐이 본사 차원에서 한국 시장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필요한 것은 입막음용 ‘당근’이 아닌 무엇을 잘 못했는지 말 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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