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사람 따로, 책임질 사람 따로?

[파이낸셜투데이 이한듬 기자] 쌍용건설(회장 김석준)이 남양주 별내택지개발지구에 시공한 별내 쌍용예가 입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별내 쌍용예가 입주민들은 현재 아파트 단지 주변에 기반시설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시가 사용승인을 내준 것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시가 지난달 사용승인을 내주기 이전부터 승인 불허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쌍용건설을 상대로 입주기간 1년 연장을 요구해 왔으나, 결국 시가 승인을 내주자 소송을 비롯한 대규모집회 등 강력한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쌍용건설은 자사의 아파트는 모두 일정에 맞춰 적법하게 시공된 것이고, 입주민들에게 불만의 단초를 제공한 기반시설 공사 담당은 별내택지지구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LH공사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파이낸셜투데이>가 취재해 봤다.

▲ 별내 쌍용예가
별내 쌍용예가 입주민, 아파트 인근 기반시설 공사 미비 강경대응 계획
쌍용건설 “기반시설 담당은 LH공사, 우린 아파트만 시공” 억울함 호소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화접리, 광전리, 덕송리 일대 509만1,574㎡(약154만2,901평)에는 현재 ‘커뮤니티 중심의 선진 복지 신도시’ 개발을 목표로 택지개발공사가 한창이다. 이 곳은 총 2만4,139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주택단지와 함께 상업시설, 공공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3조9,000억원으로 2004년 12월 예정지구 지정 이후 2007년 12월 착공에 들어갔다. 전체 사업의 시행과 도로, 학교, 편의시설 등의 기반 공사는 LH공사가 맡았으며, 주택건설 용지에 들어설 공공주택의 건설은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쌍용건설, KCC건설 등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이 맡았다.

쌍용예가 입주민들의 불만, 왜?

쌍용건설은 이중 A12-2 블록 4만7,204㎡(약1만4,304평)에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인 ‘예가’를 시공했다. 연면적 14만2,294㎡(약4만3,119평), 지하 3층~지상 22층 10개 동 규모에 공급면적 128~173㎡(38~52평) 총 652세대로 구성됐다. 설계에는 미국 설계회사인 ‘퍼킨스 이스트맨’과 국내 유명 설계기업인 DA그룹이 공동으로 참여했고, 디자인 특화에 힘쓴 덕에 지난해 말 국토해양부 장관상인 ‘굿디자인’ 부문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이곳 입주민들의 얼굴엔 자부심은커녕 불만이 가득하다. 아파트 단지는 시공이 완료됐으나, 인근에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까닭이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곳 별내 택지지구엔 공공시설을 비롯해 편의시설, 상업시설 등 입주민들의 주거 생활에 꼭 필요한 기반시설이 지난해 12월까지 들어서야 했다. 하지만 기반시설 공사를 담당했던 LH공사가 자금난 등을 이유로 지난해 말 돌연 공사완료 시점을 1년 연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황량한 공사현장에 한복판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상황이 연출된 된 것이다.

실제 <파이낸셜투데이>가 지난 15일 이 지역을 직접 찾은 결과, 별내 쌍용예가 주변은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아파트 진입로를 비롯한 도로 등은 갖춰져 있으나, 기본적으로 주거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이나 공공시설 등은 아직 설립되지 않은 것.

아직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다른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크게 상관이 없지만, 당장 올해 1월 입주가 예정돼 있던 쌍용예가 입주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입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남양주시청에 준공승인을 내주지 말아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쌍용건설을 상대로 입주시기를 1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 별내 쌍용예가 인근 공사현장.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말까지 기반시설 공사가 완료돼야 했으나 LH공사 측이 자금난 등을 이유로 기간을 1년 연장해 입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입주민 민원에도 승인내준 남양주시

입주민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근거는 바로 쌍용건설의 사업승인조건 2항에 있다. 이 조항엔 ‘도로, 학교,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설치가 늦어질 경우 입주시기 조정 등을 통하여 주민불편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동 사항을 입주자모집공고 내용에 안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해당 조항에 의거해 시는 준공승인을 내주면 안 되고, 쌍용건설이 1년간 입주시기를 유예해야 한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시는 쌍용건설에 준공승인을 내줬고, 현재까지 별내 쌍용예가에 52세대가 입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청 주택과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쌍용이 시공한 아파트 단지에 대해 사업계획 내용의 적합성을 검토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준공 승인을 내줬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인근에 학교나 도로 등의 기초적인 시설은 이미 들어서있고, 다만 유통시설 등의 기반 시설 공사가 늦어지고는 있으나 이는 LH공사 측의 문제”라며 “별내 쌍용예가 단지는 문제될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즉, 기반시설 공사가 늦어진 것은 LH측의 책임이며, 쌍용건설은 자신들의 사업 계획에 맞게 아파트를 건설했고, 시공된 아파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기 때문에 시의 준공허가는 적법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경대응 준비하는 입주민…억울한 쌍용건설

하지만 입주민들은 여전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입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준공승인은 무효라는 것. 이에 따라 이들은 법적대응을 비롯한 대규모집회 등 강경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입주민들은 오는 18일 총회를 열고 계약해지를 포함해 손해배상청구, 준공승인 무효 행정소송 등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쌍용건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반시설 공사가 지연된 것은 LH공사의 문제”라며 “우리는 사업계획에 맞춰서 일정대로 아파트를 시공한 것 뿐 인데 이런 일이 발생해 억울한 면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입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해 시의 주재로 1월까지 몇 차례 협상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며 “입주민들이 총회를 열어 앞으로 소송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세한 사항은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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