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입장차 여전”…사드관련 공동성명도 없어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직격탄을 맞은 한‧중 경제가 문재인 대통령 국빈 방중을 계기로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이번 방중 일정 절반가량이 한중 기업인과 중국의 경제 관료들을 만나는 행사인 만큼 업계도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양국의 견해가 좁아지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이어진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 등 일정을 위해 3반4일의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이번 방중에는 손경식 CJ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배동현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장, 강태선 동진레저‧블랙야크 회장,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양창수 토니모리 사장 등 유통기업 경영진들도 총 260여명의 경제인단에 합류했다.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지만 신동빈 롯데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사건 연루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으로 불참했다. 대신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가 참석했다.

양국 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문 대통령은 올해 한중수교 25주년을 기리면서 활발한 경제교류와 우호관계 유지를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어제(13일) 열린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양국 기업의 서비스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상호 투자가 보다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제협력을 위한 방향을 밝혔다. 때문에 국내 유통업체들은 이번 방중으로 사드 갈등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문제는 롯데와의 관계다. 국내 유통업계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그룹이기도 하고, 중국 현지 유통사업 중 출혈이 가장 큰 곳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 당국으로부터 고강도의 제재를 받았다. 그 여파로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99개점 중 74개점이 영업정지됐고 13개점은 임시휴업 상태다. 롯데가 이번 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 

앞서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달 베이징과 산둥성 지역 일반 여행사들에 한해 단체관광객 허용 등 한중외교에 물꼬가 틀 것으로 보였지만 ‘롯데그룹과의 협력은 어떤 방식으로도 안된다’고 단서를 달면서 여전히 제재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중이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 예측도 나온다.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내 관광, 호텔, 면세, 화장품 시장의 타격이 여전해 사드 갈등 봉합이 급선무다. 그러나 한중 정상이 14일 열리는 회담 후 별도의 공동선언문 채택은 물론 공동 기자회견도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는 불안한 눈치다.

앞서 중국 당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공고히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9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정세와 중국외교 세미나’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3불(不)’과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번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도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베트남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사드반대를 직접 언급해 다시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사드 발언보다 강도와 양이 줄면 이 또한 사드 문제가 봉합됐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드 배치로 롯데를 포함한 다른 유통업체들이 중국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이번 대통령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보자는 기대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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