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사업 넘어선 ‘굿즈’…치열한 경쟁 잇달아

책속 문구가 새겨진 알라딘 유리컵 굿즈. 사진=알라딘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대학생 김지영(25)씨는 마음에 드는 에코백을 받으려고 5만원 상당의 책을 샀다. 얹어 주는 상품이 오히려 김씨의 구매욕을 자극한 셈이다. 김씨가 우스갯소리로 한 ‘에코백을 사니 책을 얻었다’는 말로 대표되는 ‘굿즈’ 마케팅은 이제 유통가의 트렌드가 됐다. 이제는 굿즈 없이 물건을 팔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풍이 상당하다. 과거 만화 캐릭터 스티커를 얻기 위해 빵을 사먹었던 굿즈 문화가 이제는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브랜드를 나타내는 한 요소로까지 자리를 잡고 있다.

굿즈(Goods)란 말 그대로 상품‧물품의 뜻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연예인이나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일명 MD 상품을 뜻하는 단어로 언급된다. 굿즈의 어원은 다소 불분명하지만, 과거 일본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아이돌 사진을 넣은 티셔츠와 열쇠고리 등을 제작‧판매하면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1세대 아이돌을 중심으로 굿즈 문화가 성행한 바 있다. 유명 가수들의 브로마이드나 책받침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대개 아이돌 문화에만 한정됐지만 팬덤 문화가 확장하면서 덩달아 굿즈 인기가 높아지기도 했다.

아이돌 MD 사업을 넘어서 이제는 굿즈가 유통업계의 트렌드가 됐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신간 <트렌드 코리아 2018>에 따르면 다음해의 키워드로 ‘웩 더 독(Wag the dogs)’이 꼽혔고 이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웩 더 독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으로 유통가에선 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인기를 끄는 현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상 본 상품보다 인기리에 판매되는 굿즈 열풍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과 가성비에 가심비(마음의 만족)을 더한 플라시보 소비 등의 소비 키워드 역시 굿즈 열풍을 뒷받침하고 있다.

평창 롱패딩(왼쪽)과 평창 스니커즈.

특히 평창굿즈는 최근 굿즈 열풍의 수혜자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창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롯데백화점이 3만벌 한정 출시한 평창 롱패딩이 품절한 데 이어 평창 스니커즈도 5만 켤례가 이미 예약 판매가 완료됐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백팩 출시까지 예고하면서 사실상 평창올림픽보다 더 큰 인기를 거두고 있다. 가성비는 물론 기념비적인 제품으로 출시된 점도 열기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인 ‘이니’와 굿즈를 합성한 이니굿즈도 유통가를 뜨겁게 달궜다. 우표와 시계, 텀블러는 물론 심지어 피자까지 대통령 이미지를 통해 매출이 급증했다.

◆ “굿즈, 책이 팔리는 원동력이 된다”

굿즈 열풍은 시장 활기를 띄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도서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5년 평균 9.6권이었던 연간 독서량이 2016년부터 8.7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책 소비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온라인 서점가에서는 굿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류도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매번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적인 굿즈를 선보이며 매출이 늘어났다. 지난 7월 창업 17주년 기념 이벤트로 진행한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알라딘 서비스 투표’에서도 알라딘 굿즈가 1위로 올랐다. 도서업계 관계자는 “굿즈 상품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책이 팔리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책을 사면 얹어주는 사은품이 아니라 책 구매를 좌우하는 핵심 상품이 된 셈이다.

스타벅스 2018년도 다이어리.

커피업계에서 출시하는 굿즈도 눈길을 끈다. 커피전문점의 굿즈 열풍은 다이어리가 이끌고 있다. 2004년부터 14년간 매년 연말마다 품귀현상을 일으킨 스타벅스 플래너는 올해 역시 색채전문기업 팬톤과의 협업으로 출시됐다. 올해는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10월 27일 출시된 후 일주일만에 참여자가 전년 대비 42%가 증가했다. 음료를 마시고 일정량의 e-스티커를 모은 고객에게 증정되기 때문에 매출 상승에도 효과가 높다. 투썸플레이스도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디자인 레터스&프렌즈’와 협업한 플래너를 지난 달 출시하면서 커피업계 굿즈 대열에 합류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굿즈는 덤으로 주는 사은품, 기념품의 개념을 넘어 굿즈 자체의 뛰어난 상품성을 자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또한 한정판매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구매한 후에는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굿즈 구매에 열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상술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일부 있으나, 각 브랜드의 이벤트 내용을 잘 따져가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면 더욱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장점으로 매년 소비자들의 굿즈 구매 열기는 식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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