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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적폐 해결은 금융위 관료 개혁이 우선이건희 차명계좌 유권해석·케이뱅크 대주주 우리은행 특혜 인가 의혹·보험사만 자산운용율 주식액 취득원가 기준 적용
정책 집행·법령 해석 자의성 과도…권한만 있고 책임지지 않는 구조

[파이낸셜투데이=이준영 기자] 금융위원회의 정책집행·법령 해석의 과도한 자의성과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우선 이번 국감에서 국회 정무위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차명계좌의 4조4000억원을 실명전환과 제대로 된 과징금 납부 없이 빼갔다.

지난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4조5000억원이 임직원 486명 명의로 1199개의 차명계좌에 예치됐다고 밝혔다. 직후 삼성 측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차명계좌를 모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 회장이 실명전환과 과징금 납부 없이 차명계좌의 돈을 빼갈 수 있었던 것은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바탕이 됐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는 차명계좌가 금융실명제법에 따른 실명전환 적용 대상인지에 대한 질의에 ‘차명거래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이라도 그 명의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실명(주민등록표상 명의)이라면 이는 기존 비실명자산에 속하지 아니해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금융위가 근거로 든 판결은 1997년 선고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다. 금융위가 답변 자료에서 인용한 대목은 다수 쪽 대법관 2명의 보충의견이다. 보충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금융위는 보충의견을 바탕으로 유권해석 했다.

그러나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금융사 등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비실명계좌는 모두 실명 전환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실명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지급·상환·환급·환매 등을 해서는 안 된다. 또 1998년 8월 “차명계좌는 당연히 실명전환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문은 금융위가 2008년 발간한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에도 실려 있다.

지난달 16일 국감에서 박 의원은 “삼성은 대국민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금융위는 이건희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아직 10년 시효가 살아있다. 징수하지 못한 과징금과 이자 및 배당소득세를 추징해 경제정의와 공평과세를 실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한 국감 의원 질의와 언론 기사가 쏟아졌다. 2주 후 종합 국감이 열린 지난달 30일 최종구 위원장은 조사결과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로 확인된 경우 금융실명법 5조에 따라 과세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그때 검사를 받았던 금융기관이 지적사항에 대해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점검하겠다”며 “그 동안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던 종합편람, 업무해설에 대한 일관성도 이 기회에 다시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의 과도한 자의적 정책 결정은 또 있다. 금융위는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우리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대주주의 자격요건에 합당하지 않다는 금감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내부 위원회를 통해 합당하다고 결정했다.

케이뱅크 대주주 인가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 부정적 결정을 내렸다. 은행법상 해당 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14%)이 국내 은행 평균(14.08%)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관행대로 직전 분기말인 2015년 6월 말을 기준으로 결정했다. 이 결정을 금융위가 뒤집었다. 우리은행의 재심 요청에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유권해석을 통해 해당 자기자본 비율을 최근 3년으로 기간을 바꿔 우리은행에 대주주 자격을 줬다. 시행령 상 구체적 시점이 언급돼있지 않은 점을 이용한 것이다. 본인가 시에는 아예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지난달 11일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우리은행이 대주주의 자격이 없다고 한 금감원의 판단이 옳았다고 본다”며 금융위의 유권해석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 다만 이것이 위법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중 보험사만 자산운용율 주식액을 취득원가 기준으로 적용한 금융위의 감독규정도 논란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가질 수 있도록 제한했다.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고시한 보험업 감독규정이다. 이 감독규정에 따르면 보험사는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총자산 및 자기자본은 시가 등을 반영해 작성된 재무제표상 가액을 적용한다. 반면 주식 또는 채권 소유액은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 분모와 분자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 보험사를 제외한 다른 금융사는 자산운용비율 계산 시 보유 주식도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주식 취득 원가는 시가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보험사는 시가를 적용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계열사 주식을 가질 수 있다. 이에 재벌 대기업 총수는 보험사를 통해 계열사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금융위가 고시한 이 보험업 감독규정에 의해 혜택을 받는 기업인은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뿐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의 과도하게 자의적인 정책 집행과 유권해석에 대해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위 조직 개편, 개인 처벌 강화, 감사원 감사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 관련 법률안을 제안하고 규칙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예산 편성과 집행에도 관여한다. 각종 인허가 권한도 있다. 반면 정책 실패나 예산 낭비에 대한 불이익은 거의 받지 않고 있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산업을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금융위원회의 관료 개혁이 금융 적폐 해결의 시작이다.

 

 

이준영 기자  lovehope@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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