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비리에 규제강화 목소리 커져… 학계 “관치금융 촉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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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금융감독원 비리·위법 논란과 관련해 공공기관화 논의가 재점화됐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기재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재지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같은날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협의하고 상의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가 위탁한 금융회사의 감독과 검사, 제재, 소비자보호를 담당한다. 2009년 업무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하에 ‘기타공공기관’에서 ‘무자본 독립법인’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하지만 조직의 통제나 견제는 부족한데 비해 권한은 많아 ‘반민반관 조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그간 금감원의 공공기관화 재지정 논의는 수 차례 이어졌다. 금감원 책임론이 부각된 2011년 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2013년 동양그룹 부실사태가 때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난 9월 감사원 감사에서 금융기관 유착 문제와 채용비리, 임직원 주식거래 문제 등 52건의 위법 사례가 적발되면서 공공기관화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9월 금감원 감사 당시에도 감사원은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로 출범한 금융감독원이 조직과 권한을 지속적으로 팽창시키면서 강력한 권력기관으로 변모했다”며 “금융기관을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나 법적 근거에 대한 논란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감사 배경을 밝힌바 있다.

무자본 특수법인이라는 금감원 지위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의 무자본 특수법인은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의거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제4조 제2항에는 상호부조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설립기관, 한국방송공사 등만 공공기관 지정 제외대상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충돌하는 셈이다.

금감원 수입의 대부분이 기관 분담금과 정부지원액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공공기관 지정 근거가 된다. 공운법 제4조에는 위탁업무나 독점적 사업으로 인한 수입액이 총 수입액의 50%를 초과하는 경우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경우 이 비율이 95%가 넘는다.

반면 학계는 감독기구의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공공기관 재지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되면 조직과 인사, 예산 운영 전반에서 기획재정부의 간섭 테두리에 들어갈 수 있어 ‘관치’구조를 발생시키게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화는 공운법 하에 금융감독기구를 기획재정부에 종속시키는 꼴”이라며 “관치금융을 발생시킬 수 있어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의 감사와 국정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금융감독원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공기관화는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치는 관치금융으로 간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한 “금융위원회가 정책과 감독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끌려다는 것도 문제”라며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원의 조직을 개편하는 형태로 독립성과 건전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편입 여부와 별개로 금감원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 기구로서의 독립성은 보장하되 조직 통제와 견제를 할 수 있도록 방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위기 이후 금융감독원이 경제정책 전반을 감독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면서도 “공공기관화는 장단이 있다. 그보단 관리·감독 할 수 있는 수단들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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