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 “국감서 '보험사 보험 사기' 횡포 조사해야”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 A씨는 얼마 전 횡성에 위치한 한 병원에 입원해 한 대형 보험사에 입원 일당을 청구했다가 경찰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는 결국 지난달 12일 ‘보험사기죄’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A씨가 이전에 입원했던 병원이 일부 환자의 보험사기에 연루됐던 것이다. A씨는 해당 병원의 입원환자 목록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보험사에게 보험사기 혐의를 받았다. 얼마 후 보험사에서 나온 손해사정사에게 입원비특약을 해지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다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고지 받았다. A씨는 15년간 지불했던 보험 상품인데 특약 항목을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 B씨는 얼마 전 MG손해보험사로부터 보상 받았던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B씨는 다수의 보험 계약건이 있고 3년 전 소액암 진단을 받은 후 합병증으로 입원이 잦았다. 보험사는 B씨가 실손보험료를 부당하게 편취하려는 목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17일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에 따르면 이처럼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적게 지불하기 위해 계약자들을 보험 사기죄로 몰고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보험사의 횡포가 업계 상위권 손해보험사, 생명보험사들 사이에서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사기란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고의로 보험 사고를 내거나 손해액을 실제보다 많이 부풀리는 행위를 말한다.

보험 전문가들은 보험 계약자들의 사기 행태는 극히 일부분이라고 밝혔다. 반면 보험사가 저지르는 보험사기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행복'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은 영업이 어려워질 때 보험료 지급을 기피해 손실율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 주로 여러 보험계약을 소지한 소비자와 건강이 나빠져 병원을 자주 이용해 보험금을 많이 청구한 소비자들이 주 대상이다.

이들이 보험금을 많이 청구할 경우 보험사는 주로 채무부존재, 고지의무 위반, 보험사기 등 유형으로 소송을 건다. 보험금 거절 가능 이유를 만들어 놓고 합의를 통해 보험금 지급이 큰 계약을 없애버리는 셈이다.

변운연 손해사정사는 “특히 대형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의 높은 처벌 수위를 악용하고 있다”며 “보험사의 역할은 주인인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를 잘 관리해서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을 때 지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국정감사 통해 보험사 보험 사기 횡포 조사 필요” 

16일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의 보험사기 피해액은 7186억원으로 5년 전 2012년에 비해 60%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들 중에는 보험사들이 고의로 소비자들에게 보험사기죄를 전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보험사기로 적발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는 경우와 계약자가 스스로 보험사기를 자인한 경우다. 대다수가 미수 사건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대형 보험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보험소비자들에 심리적, 재정적으로 겁박을 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대형보험사는 보험 전문지식이 부족한 가입자들을 상대로 겁박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몫을 지급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만드는 ‘보험사 사기’ 행태”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부분을 꼬집어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사기’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사기대응단의 한 조사역은 보험사사기 관련 접수 사항에 대해 “지금 인지되고 있는 사례는 없다”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보험사가 갑질을 할 수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한 금융소비자단체는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계약자들의 계약만 유지하려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우리 같은 서민이 대기업을 상대로 변호사 선임을 어떻게 하느냐.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한화손보, 보험금 지급 소송 최다 

올해 2분기 손해보험사들의 보험금지급관련 민원(보유계약 10만건 당 민원건수)은 흥국화재와 롯데손보가 각각 9.27, 8.09건으로 가장 높았다.

또한 상반기 보험금 청구 지급관련 소송 비율(보험금 청구 1만건 당)이 가장 높은 보험사는 롯데손보(4.19%)였다. 그 중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한화손해보험이 604건으로 가장 많았다.

소송 유형별로 보면 채무부존재는 KB손해보험이 19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현대해상(114건)과 한화손보(81건)가 이었다. 흥국화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건수가 151건으로 타 보험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보험계약 무효확인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은 한화손해보험이 500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MG손보(270건)와 흥국화재(188건) 순으로 이었다.

한편 생명보험사들 중에는 현대라이프가 채무보존재확인과 보험계약 무효확인 및 부당이득반환청구건이 22건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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