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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IRP 수익성 낮은데도 돈 몰리는 이유는?은행권 구조조정 ‘반사이익’ 덕… 웬만한 정기예금보다도 수익 낮아 불만 커져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시중은행의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익률이 낮은데도 시장점유율은 60%를 훌쩍 뛰어넘고 있어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퇴직금을 IRP로 지급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에 희망퇴직이 쏟아져 뭉칫돈이 몰리는 탓이다. 특히 은행권 퇴직자들이 자사 IRP 상품 가입 권유를 쉽게 거절하기 힘든 문화도 한몫 하고 있다.

반면 보험과 증권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IRP 수익률을 올리고 있음에도 점유율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은행권은 타 업계에 비해 상품 운용 수수료도 높아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10일 각 금융협회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43개사의 올해 상반기 금융권 IRP 총 적립금은 13조7107억원이다. 은행권 IRP 적립금이 8조7261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점유율로만 치면 63.6%로 사실상 3분의 2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IRP는 근로자가 이직·퇴직 시 받은 급여를 본인 명의 계좌에 적립해 만 55세 이후 연금화할 수 있는 제도다. 기존에는 1년 이상 근로한 사람만 가입 요건에 충족됐지만, 지난 7월부터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과 자영업자 등으로 범위가 넓어져 각광받기 시작했다. IRP시장은 지난해 12조3931억원에 이어 올해는 1조3176억원(10.6%)나 더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IRP시장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적립금 2100억원을 추가하며 2조4000억원으로 가장 전 업체 가운데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어서 ▲신한은행 1조9000억원 ▲우리은행 1조5000억원 ▲하나은행 1조1600억원으로 IRP시장 2~4위를 점유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7, 8위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IRP 시장은 대형 시중은행들이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점유율은 높지만 수익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평균 1.45% 수준으로 신한은행이 1.67%로 가장 높았고, 이어 ▲국민은행 1.57% ▲농협은행 1.48% ▲하나은행 1.44% ▲우리은행 1.36% ▲기업은행 1.20% 순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2.1%인 점을 감안하면 예금보다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은행권 IRP의 낮은 수익률은 경쟁 업계인 증권, 보험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1년 수익률 기준 증권 IRP상품 평균은 2.57%, 보험 평균은 2.16%다. 단순히 비교하면 증권보다는 1%, 보험보다는 0.6%가량 수익률이 낮다.

이 같은 수익성 차이는 원리금 보장 상품보다 비원리금보장상품에서 더욱 벌어진다. 은행권의 경우 신한은행(0.72%)과 BNK부산은행(0.06%)을 제외하면 전 사업자가 마이너스 수익이다. 은행들이 비원리금보장상품에 채권형과 채권혼합형 상품을 많이 담는데, 채권금리가 올라가면서 수익률이 악화됐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은행권 IRP의 수익률이 낮은데도 가입자 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주요 증권가 IRP 연간 총비용 부담률은 0.37~0.24%인데 반해 은행권 부담률은 0.46~0.37%로 은행권이 0.1% 가량 높다.

확정급여형(DB)이나 확정기여형(DC)형은 사업체가 비용을 납부하지만 IRP는 가입자가 직접 납부하는 탓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최근에는 삼성증권이 계좌 운영과 관리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나서면서 수수료 인하 경쟁에 불이 붙었음에도 은행권은 0.01% 정도만 낮추는데 그쳤다. 수익률도 낮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은행권 IRP 가입자로선 불만이 커질 법 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은행권 IRP 비중이 높은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바로 은행권 IRP 가입자 중 상당수가 시중은행 퇴직자이기 때문이다. 퇴직자로선 오랫동안 일해 온 회사에서 IPR계좌 가입을 권유하면 이를 거절하기 힘든 문화가 갖춰졌다.

여기에 최근 시중은행에 구조조정 한파가 크게 불어 닥치는 것도 한몫 하고 있다. 지난 겨울 국민은행에서 2000명이 희망퇴직했고, 올해 하반기 우리은행도 10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을 떠나보낼 전망이다. 매년 3000~4000명가량 퇴직 인원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IRP에 뭉칫돈이 몰리다보니 각 은행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매출이 쌓여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각 은행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도 IRP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는 동안 피해를 보는 쪽은 금융소비자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일호 기자  lih@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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