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표 수거 수수료 명분 사라지고 직불결제 확산 악재… 업계 존립 흔들리나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밴(Value Added Network·부가가치통신망)사들이 핀테크 발달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카드결제 중계를 하는 밴사의 주 수입원이 카드결제 수수료인데, ‘페이’ 서비스 사용자 증가로 ‘전표 수거’ 업무에 수수료를 거둘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직불 결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밴사들에게는 악재다. 일각에선 결제 생태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손쉽게 수수료 수익을 거두는 밴사가 지금처럼 존립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12개 밴 사업자 연합인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현대카드에 그간 미납한 삼성페이 거래 전표 수거 수수료를 전액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카드는 2015년 10월 이후부터 밴사에 삼성페이를 통한 거래의 전표 수거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삼성페이에 지문 본인 인증 절차가 있어 사고 발생률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다.

밴사는 카드사들을 대신해 허위 매출이나 불법 카드 결제 확인을 위한 매출 전표 수거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표 수거 수수료는 밴사 수익 중 30%를 차지한다.

밴 업계는 전표 수거 업무가 밴사의 고유 업무이며 통합 대행 업무의 일환이기 때문에 삼성페이 등의 간편결제 서비스 결제만 따로 떼어내 대행료를 없애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선 삼성페이 등을 통한 간편결제 시 지문인증 등 사전 본인 확인 절차가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상 문제가 없고, 때문에 관련 결제에 대해 밴사가 전표를 수거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결제 환경이 간편결제와 핀테크로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30년이나 된 전표 수거 방식을 지금까지 고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카드업계가 전표 수거에 따른 이익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관련 수수료를 지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밴사를 거치지 않는 직불결제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밴 업계에는 악재다.

직불결제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할 때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쓰는 대신 판매자에게 바로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카드 결제시 카드사와 밴사 등에 내야 하는 돈을 아낄 수 있다. 가맹점에게는 수수료가, 소비자에게는 연회비가 줄어드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직접 가맹점을 모집해 밴사와 PG사 연계를 배제하는 결제를 도입할 예정이며, 케이뱅크는 계좌 간 직거래 개념의 직불결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별도 네트워크 구축과 가맹점 확보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일이 필요하겠지만, 도입될 경우 결제 시장 생태계를 뒤엎을만한 파급력을 지녔다는 게 카드업계 중론이다.

밴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직불결제가 도입될 경우 자사의 존립 근거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직불결제에 대응해 밴사나 PG사를 거치지 않는 새로운 결제망 구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도 밴 업계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핀테크 도입으로 결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세계에 한국에만 존재하는 밴 사업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대형 밴사가 13개 대형 가맹점에 168억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되면서 자성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업계 밖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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