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 내정자 등장에 ‘긴장’…“자체 사업 집중해야”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그룹 의존도가 높은 삼성SDS와 LG CNS, 현대오토에버, 포스코ICT 등 국내 IT서비스 업체 ‘빅4’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의 평균 내부거래율이 80%에 육박한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대적인 현황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평소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해 잘못된 관행을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던 만큼 각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기업 계열사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삼성SDS와 LG CNS, 현대오토에버, 포스코ICT 등 국내 IT서비스업체 ‘빅4’의 지난해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매출은 총 6조4276억원이다. 이는 전체 매출의 78.1%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년(77.1%) 보다 1.0%p 상승한 것이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그룹 소속 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89.4%로 전년(88.2%) 대비 1.2%p 올랐다. 즉 사업을 통해 번 돈 1000원 중 900원이 그룹 내에서 충당된 셈이다.

업계 1위 삼성SDS는 내부거래 비중이 87.8%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이는 2015년 85.7%에서 2.1%p 상승한 것이다. 특히 삼성SDS는 전체 매출이 3500억원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오히려 그룹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IT서비스와 물류BPO 사업이 한계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삼성SDS는 자체 개발 솔루션 첼로 등으로 해외 신규 고객 발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특별한 이슈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자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장 규모가 축소돼 매출이 자연스럽게 줄어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뉴시스

LG CNS는 IT 서비스 빅4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낮았지만 상승 폭은 가장 컸다. LG CNS의 지난해 매출 중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7.0%로 전년(53.7%) 대비 3.3%p 상승했다. 이는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그룹차원의 신사업 투자가 다수 진행됐기 때문이다.

LG CNS는 지난해 울릉도와 괌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에너지저장사업(ESS)를 구축하면서 태양광 패널 등 자재를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같은 그룹사에서 조달했다.

이에 대해 LG CNS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사업 분야에서 업계 최상위에 있는 그룹 계열사들이 많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 때문에 그룹 계열사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은 단발성이 크다”고 말했다.

포스코ICT는 유일하게 그룹 의존도가 줄었다. 포스코ICT의 지난해 매출 중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72.9%로 전년(78.7%) 대비 5.8%p 줄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내정자. 사진=뉴시스

◆ 조사 들어간 공정위

이처럼 IT기업의 내부거래가 증가한 것과 관련 공정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지난달 23일 45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장부’ 조사에 착수했다. 위법성 확인이 첫 번째 목적이다. 위장 계열사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이에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45개 기업집단 소속 225개 계열사는 공정위가 요구한 내부거래 현황 자료를 제출했다.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는 기업별 상품·용역 거래 현황, 자금·자산 거래 현황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이같은 행보에 대기업들은 긴장한 모양새다. 부당 내부거래 점검이 김 내정자 첫 작품이 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강한 재벌 개혁 의지를 밝혔고, 이를 위해 ‘기업집단과’를 ‘기업집단국’으로 확대 개편한다.

특히 김 내정자가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상위 4대 그룹 사안은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여기에 포함되는 삼성SDS와 LG CNS, 현대오토에버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IT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대기업 감시가 점차 수위를 높여 갈 것”이라며 “대기업이 펼치고 있는 IT서비스 사업이 내부거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현 상황에선 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사업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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