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충남도지사 접견실에서 태안 화동초 6학년 1반 학생들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충남도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모둠 숙제로 ‘면담하기’가 있는데 도지사님을 면담 해 보고 싶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당돌(?)한 내용의 이메일 한 통이 불쑥 도착했다.

태안 화동초 6학년 1반 이주은 학생이 국어 교과 ‘면담’ 단원 ‘모둠’ 숙제 해결을 위해 안 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인데, “이번 주 안으로 해주셨으면 한다”며 ‘데드라인’까지 설정했다.

도정 안팎 현안으로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이번 주’라는 말에 잠시 망설이던 안 지사는 “일정담당 비서님이 연락드릴 거예요”라며 전화번호를 요청했고, 이주은 학생이 이메일을 보낸 지 9일 만인 지난 26일 면담이 성사됐다.

도지사 접견실에서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35분 동안 진행된 면담에는 지도교사 없이 이주은 학생을 비롯, 전혜성·윤소연·이윤하 학생 등 4명의 모둠원들만 참여했다.

모둠 숙제 주제에 따라 “도지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싶었다”며 면담 요청 배경을 설명한 학생들은 “발표자료 제작을 위해 녹음, 동영상 및 사진 촬영을 하겠다”며 안 지사의 동의를 먼저 구했다.

이어 진행된 학생들과 안 지사의 질의답변은 여느 기자회견 못지않게 빈틈없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도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정치인의 꿈을 갖게 된 시기, 도지사에 당선됐을 때 기분, 그동안 해 온 일과 보람, 아쉬운 점, 앞으로의 계획 등 14개의 질문을 쏟아냈다.

안 지사는 “아주 젊었을 때에는 사회운동가가 되려 했는데,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정치인으로 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도지사 도전 기회가 생겼다”며 도지사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을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농어업·농어촌·농어민과 함께 울고 웃었고, 어린이와 노인, 여성과 청년 모두가 인권을 존중받고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3농혁신, 양성평등 및 인권행정을 들었다.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우리 지역은 화력발전으로 미세먼지가 많다. 중앙정부 장관이 결정 권한을 가진 일들을 도지사로서 다 해결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답했다.

‘대통령에 다시 도전 할 것이냐’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대한민국 정치인으로 좋은 정치인이 되고, 좋은 나라, 좋은 정부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준비한 질문을 모두 마친 뒤에는 안 지사가 학교 생활을 묻는 등 대화를 나누며 “책을 많이 읽고, 운동을 많이 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또 사인이 담긴 저서를 학생들에게 선물했으며, 학생들의 기념사진 촬영 요구에 응하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일반 도민이 면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기관·단체장도 바쁜 일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몇개월 전 신청을 해야 접견이 가능하다”며 “초등학생들이, 그것도 불과 열흘도 안 돼 안 지사를 만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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