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금융위기로 인한 난국을 극복하고자 지난 19일부터 '그레이트 챌린지(Great Challenge) 2011'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인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불과 이틀 만에 진짜 '비상사태'를 맞았다.

산업은행과 한화그룹 간 대우조선해양 매각협상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지 2개월 만에 좌초되면서 한화 입장에선 '장밋빛 청사진'이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

산업은행은 21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한화와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협상을 종결한다면서 3천억 원의 이행보증금을 몰취(법원이 일정한 물건의 소유권을 박탈해 국가에 귀속시키는 결정) 하기로 결정했다.

산은에 따르면 대우조선 매각추진위원회는 '한화가 새로운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데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분할인수 방안을 제안, 더 이상 협상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우조선 재매각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추진할 것"이라면서 "대우조선 매각은 아마도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은 한화와의 대우조선 매각 협상 종결과 향후 매각 계획을 22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화를 중심으로 한 대우조선 매각 추진이 당초 예상대로 불발에 그침에 따라 산은과 한화 양측 모두 쓸데없는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됐고, 우스꽝스럽게도 대우조선 매각 협상은 산은과 한화 간 3천억 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에 대한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될 전망이다.

업계는 산은과 한화 간 대우조선 매각 협상이 결렬된 데는 양측 모두 이해할 수 없는 '무리수'를 둔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한화가 6조4천억 원이라는 거액의 인수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 인수에 갑자기 뛰어든 것 자체가 무모하다는 지적은 처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으며, 또한 산은이 이러한 한화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왜 지정했느냐는 점도 다른 특별한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어쨌든 일단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화는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당장 약 3천억원에 이르는 이행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고 김승연 회장의 바람과 달리 조선업 진출이라는 목표물이 눈 앞에서 사라지면서 향후 그룹을 성장시킬 최고의 발판을 잃어버린 셈이다.

덩달아 기업 이미지도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M&A의 기초라고 할수 있는 확실한 자금조달 계획조차 세우지 못해 인수에 실패했다는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 속에서 그룹 경영진의 기업 운영 능력과 자질에도 부정적 평가가 내려질 가능성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행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한 소송 준비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산업은행은 만약 한화 측이 이행보증금 몰취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면 이에 대응할 계획이라는 점도 악재다. 결국 이미 납부한 이행보증금 3천억원을 양해각서 내용대로 산은에게 고스란히 내줘야 할 운명에 놓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가 이행보증금이 몰취되면서 금전적 출혈이 발생하고 그룹을 이끌어갈 미래 신성장 사업 목표가 백지화됐다"면서 "그룹 전반에 사기저하가 초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A 승부사로 불렸던 김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은 이번 인수 무산으로 신인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기존 주력사업의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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