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신, 대신할 자 없다!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한때 증권업계 3위에 올랐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잰 걸음을 옮기던 대신증권이 최근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 고전하고 있다. 올 초부터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의 부당거래를 발본색원하겠다며 증권사에 매서운 칼날을 들이댔던 검찰이 경영일선에서 회사를 이끌어온 노정남 사장에게 실형을 구형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있을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회사 안팎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신증권은 현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투데이>가 노 사장의 위기가 몰고 올 후폭풍의 강도를 미리 진단해 봤다.

▲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
검찰, 노 사장에 ‘ELW 부당거래 혐의’ 징역 2년 6개월 구형…증권가 ‘초비상’
함께 기소된 11개 증권사 대표 재판 영향 및 대신증권 경영체계 변동 가능성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주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올 초부터 ‘스캘퍼’(초단타매매자)와 일부 증권사 직원 간 ELW 부당거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던 검찰이 그 범위를 증권가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지난 6월 기소한 총 12개 증권사 대표들 가운데 노 사장이 가장 먼저 매를 맞게 된 것이다.

증권가 예상 뒤엎은 검찰의 수사

당초 증권가에서는 검찰 수사가 스캘퍼와 직접 거래한 일부 증권사 직원을 처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예상을 뒤엎고 각 증권사 대표들까지 함께 기소했다. ELW 부당거래를 일부 증권사 직원 개인의 비리가 아닌 증권가 전반의 구조적 부패로 판단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 같은 검찰의 초강수에 당황한 증권가는 법정에 선 대표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 중에서도 노 사장의 재판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남달랐다. 노 사장에 대한 판결은 함께 기소된 증권사 대표들에 대한 재판 중 최초의 판결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노 사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스캘퍼에게 일반회선보다 빠르게 주문을 체결할 수 있는 전용선(DMA시스템)을 제공한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인데, 검찰은 이런 행위가 일반 투자자의 기회 박탈로 이어져 피해를 입힌 ‘부당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노 사장과 대신증권 측은 DMA시스템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거의 없어 증권사에서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검찰이 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노 사장을 기소했다는 입장이다. 대신증권은 조만간 이를 입증할 만한 보완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사업에서도 VIP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듯이 DMA시스템은 일종의 우량고객(스캘퍼)에 대한 편의 제공, 즉 서비스”라며 “국내 모든 증권사와 해외의 많은 증권사에서도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 판결 전까지 재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전체에 지각변동 일까?

검찰이 노 사장에 대한 실형을 구형하면서 현재 증권가에는 짙은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 사장에 대한 재판 결과는 향후 진행될 다른 증권사 대표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사 임원의 경우 가벼운 벌금형만 선고받게 되도 해임될 수 있고, 향후 5년간 동종업계에 발을 들일 수도 없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4조3에는 ‘금고 이상의 실형의 선고를 받거나 이 법,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관련 법령 또는 외국 금융관련 법령에 따라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는 금융투자업자의 임원이 될 수 없으며, 임원이 된 후 이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는 그 직을 상실한다’고 돼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노 사장 외에도 다른 11개 증권사 사장들에게도 강한 처벌을 내리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국내 유수의 증권사 사장들이 대거 물갈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검찰의 구형이 과하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3조제2항제2호에 따르면 부당한 거래를 통해 5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경우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처분을 내리게 돼 있다”라며 “법대로라면 더 강한 처벌을 내려야 하나, 대표이사 신분을 감안해 오히려 적게 구형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 양홍석 부사장
대신증권 경영체계 변화 가능성

그런데 재판부가 만약 노 사장에 대한 징역형을 확정할 경우 대신증권의 경영체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2004년 창업주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의 차남 고(故) 양회문 전 회장이 폐암으로 작고한 직후 양 전 회장의 부인인 이어룡 회장이 사령탑에 앉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온 인물은 양 전 회장의 매제인 노 사장이었다.

노 사장은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단번에 한 회사의 회장이 된 이 회장을 대신해 30년간 금융권 종사자 다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5년부터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경영을 진두지휘 해왔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쳤을 당시에는 이를 1년 전부터 예측해 미리 회사의 유동성과 안전성을 확보,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대신증권의 기둥이나 다름없는 노 사장이 검찰의 칼끝에 나가떨어질 경우 대신증권의 경영체계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아들이자 고 양 명예회장의 손자인 양홍석 부사장 체제로 개편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아직 30살의 젊은 나이인데다 입사한지 겨우 5년에 불과해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당장의 후임자는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대신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노 사장의 재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외엔 다른 입장은 말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노 사장의 선고공판은 오는 28일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지 대신증권을 비롯한 증권가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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