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타카타 에어백이 ‘살인 에어백’으로 악명을 떨친 지 약 3년이 지났다. 그 동안 전 세계에서는 수많은 리콜과 보상절차가 이뤄졌으며 타카타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가해졌다.

타카타 에어백은 작동 시 부품 일부가 파손되면서 금속 파편이 튀어 탑승자에게 상해를 입힐 위험이 있어 전 세계적으로 리콜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10명 이상의 사람이 타카타 에어백에서 튄 금속 파편에 생명을 잃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부실한 국내법과 일부 자동차 업체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보상과 리콜 모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시장에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던 글로벌업체들도 국내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만 가중되고 있다.

이는 최근에 이뤄진 메르세데스-벤츠의 타카타 에어백 관련 리콜에서도 잘 드러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4일 타카타사의 에어백이 장착된 SL350 등 9개 차종 승용자동차에 대해 리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문제는 벤츠의 이번 리콜 조치가 해외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리콜 대상은 2005년 10월 26일부터 2009년 4월 22일까지 제작된 차량들이다. 미국에서도 타카타 에어백을 이유로 같은 차량들에 대해 리콜에 들어갔는데 대상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제작된 모델들로 한국보다 범위가 넓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국에서 리콜이 진행된 시점은 지난해 5월로 국내보다 9개월 빠르다.

벤츠는 이에 대해 차별이 아닌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차량에 대한 예방 조치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리콜은 타카타 에어백의 잠재적 위험을 실험하기 위한 샘플 채취 목적의 성격이 강하다”며 “향후 문제가 발견될 경우 추가적인 리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독 한국에서 타카타 에어백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원인은 부실한 법규에 있다. 미국의 징벌적 과징금과 같은 강력한 제재수단이 없기 때문에 업체들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리콜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늑장 리콜인지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만약 입증된다면 국토부 장관이 판매 중단을 내릴 수 있고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리콜의 90% 정도는 정부의 권고로 이뤄진다. 10% 정도만이 자발적 리콜이라는 얘기다. 그것도 수입차의 해외 리콜 보고 의무화 제도 시행 이후 조금 나아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차만 특별히 리콜이 필요 없는 완벽한 차일 리는 없다. 자발적 리콜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정책적 대안은 무엇인지 돌아봐야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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