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징계안 결정 미룰 시 재임 근거 주게 돼

▲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텨온 삼성생명에 금융감독원이 대표 연임을 막는 징계안을 내린 후 결정을 금융위원회에 넘기면서, 김창수 대표의 연임 여부가 졸지에 금융위 손아귀에 달리게 됐다.

다만 삼성생명 주주총회가 열린 후 금융위가 결정을 내리면 김 대표가 이번 연임을 밀어붙이는 근거를 주게 돼, 금융위의 결정시기에 이목이 집중된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23일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온 삼성생명을 비롯한 한화·교보생명에 대한 제재 조치안을 내렸다.

조치안에는 대표에 대해 주의적 경고와 문책 경고, 직원에 대한 면직, 기관에 대한 영업 일부정지가 포함됐다. 이중 대표에 대한 제재는 진웅섭 금감원장이 전결로 확정할 수 있어 징계 수위는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높다.

직원과 기관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원회가 최종결정해야 한다. 즉 격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제재심의원회가 제출한 조치안이 공식 확정돼야 제재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김 대표의 연임 여부는 금융위가 쥐게 됐다.

김 대표는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던 지난 23일 연임이 내정됐다. 그러나 같은날 밤 삼성생명에 ‘문책 경고’ 징계가 떨어지면서 김 대표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문책 경고를 받은 회사의 대표는 연임이 불가하며, 금융회사의 임원 선임도 3년간 제한된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하루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변수는 제재 조치안 확정 시기다. 제제 조치안이 삼성생명 주주총회가 열리는 다음달 24일 이후에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김 대표 연임을 밀어붙일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된다.

주주총회로 이미 김 대표의 2017~2019년 임기가 시작됐으니, 문책 경고로 연임 불가가 적용되는 시기는 2020년 이후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금융당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경영 공백이라는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아주 불가능한 선택도 아니다. 특히 삼성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도모하고 있어 경영 차질은 최대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 1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임시로 자리를 지키던 상태였다.

보험업계는 금융위가 자살보험금 제재 조치안을 언제 다룰 것인지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금융위 전체회의 일정은 오는 3월 8일이다. 그 다음 일정인 22일에라도 조치안이 최종 확정되면 김 대표는 내부에서 연임 결정이 났음에도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

반대로 3월 24일 이후 조치안이 확정되면 금융위는 사실상 김 대표가 연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는 삼성생명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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