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대표 연임 가능…김창수 대표 불투명

▲ 신창재(왼쪽) 교보생명 대표와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금융당국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오던 생명보험사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면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표정이 엇갈렸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며 백기 투항한 교보생명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를 받아 대표 연임이 가능해졌지만, 삼성생명은 대표 공백 위기에 처하게 됐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삼성·한화·교보생명은 1~3개월간 일부 영업정지 행정제재를 받았다. 대표이사에겐 ‘주의적 경고~문책 경고’, 관련 임직원에겐 ‘주의~면책’이 내려졌다. 3억9000만~8억9000만원 과징금도 부과됐다.

해당 징계안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가 향후 부의를 거쳐 수위가 확정된다.

회사별로 보면 교보생명이 가장 낮은 강도의 징계를 받았다.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입장 선회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 셈이다. 교보생명은 대표에 대해선 주의적 경고, 재해사망보장 보험 판매 1개월간 제한 제재를 받았다.

‘자살보험금 논란’ 생보사 3곳 중 교보생명은 대표에 대한 중징계에 가장 취약하다. 삼성·한화생명은 전문 경영인이 대표를 맡고 있지만 교보생명의 신창재 대표는 오너 경영인이다.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대표에 대해 문책 이상의 징계가 내려지면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신 대표는 연임이 불가하며, 3~5년 이상 금융사 임원 선임조차 제한된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경영에 심대한 차질이 발생하는 셈.

보험업계는 이같은 문제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완강히 거부하던 교보생명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최근 수차례 이사회를 열고 사안의 심각성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생명의 자살보험금 지급 전략은 지급금 규모에 대한 부담도 줄였다. 교보생명은 지난 23일 자살보험금 전체 계약건 1858건에 대한 672억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급을 미루면서 가산이자가 붙은 전체 금액 1134억원의 59.3%에 해당하는 규모다.

교보생명은 2007년 9월을 기준으로 이전 계약은 원금만, 이후 계약은 가산이자를 더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시기 자살한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가산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최악의 결과를 받았다.

제재심의위원회는 삼성생명 대표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다. 이에 따라 김창수 대표는 지난 23일 오후 연임이 결정됐지만 사실상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 1월 임기가 만료된 상태라, 삼성생명은 후임자 선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욱이 삼성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도모하고 있어, 중요한 시기에 경영 공백 위기에 처하게 됐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구속된 상황이라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생명은 재해사망보장 보험도 3개월간 판매할 수 없게 돼 영업 활동에 타격이 예상된다.

대표에 대한 주의적 경고와 문책 경고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전결로 확정될 수 있어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이 받은 제재안은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높다.

이밖에 한화생명 역시 대표에 대해 문책 경고를 받아 내년 3월이 임기 만료인 차남규 대표는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일부 영업정지 기간은 2개월이다.

보험업계의 이목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향후 행보로 쏠린다.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지급 전략으로 효과를 본 만큼 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생보사는 일단 지난해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건에 대해서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징계안에 반발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제재안을 면밀히 검토한 후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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