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섰다”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요즘 이윤재 피죤 회장의 심신이 무척이나 고달프다. 이 회장을 둘러싼 각종 불법·비리 의혹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옴에 따라 지난 30년간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맹위를 떨쳐온 중견기업 수장으로서의 위신이 추락한 까닭이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7월 회사 직원들에 대한 상습적인 폭행·폭언 등의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데 이어, 최근에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폭행을 사주한 혐의로 경찰에 출두하는 등 고역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지난 수 십 년간 자녀들의 명의로 수 천 억원대 재산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최소 수 백 억원을 탈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정기관의 매서운 칼바람이 온통 이 회장에게로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 이윤재 피죤 회장
이 회장, 조폭에 이은욱 전 피죤 사장 폭행 사주한 혐의로 경찰 조사
직원 상습 폭행·재산 차명 관리·편법 상속 등 각종 비리 의혹에 난감

지난 5일 오후 2시. 환자복을 입은 이윤재 회장이 측근들의 부축을 받은 채 힘겹게 서울강남경찰서의 문턱을 밟았다. 이 회장은 이날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폭행을 사주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위해 경찰서에 출두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병색이 완연한 이 회장을 향한 여론의 시선을 곱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 이 회장을 둘러싼 각종 불법·비리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습적인 폭행·폭언?

앞서 지난 7월 한 매체는 이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방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그간 이 회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행을 자행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폭로한 이 회장의 폭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직원들을 ‘내가 먹여 살려주는 노비’라고 표현한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모 팀장의 얼굴을 슬리퍼로 수 십 차례 폭행했다. 특히 해당 매체는 이 회장이 문구용 칼로 한 직원을 찌른 전적도 있다고 전해 성난 여론의 비난세례가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 피죤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은)임직원을 상대로 폭행을 하거나 폭언을 한 일이 없다”며 “이 회장은 수십 년 전 맨 주먹으로 당사를 키워 낸 인물로서 당사 및 임직원에 대한 애정과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도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허위 사실을 기초로 기사를 작성, 배포한 해당 매체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사장에 대한 폭행사주 혐의까지 불거지게 되자, 이 회장이 여러모로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경찰은 이 회장이 폭행 사주를 대가로 3억원을 건넸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조사 결과 이 회장이 이 전 사장의 폭행에 연루됐다는 정황이 분명한 사실로 판명 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녀명의로 수 천 억원대 재산 관리?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최근 한 매체가 이 회장이 30년 전부터 2,000억원대에 달하는 토지, 건물, 예금, 채권 등의 재산을 자녀 이름으로 관리하면서, 이에 대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명의신탁 의혹은 이 회장과 그의 아들 이정준씨간의 소송전을 통해 불거지게 됐다. 정준씨가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보유 지분에 대해 배당금 지급명령 신청을 했고, 이 회장이 이의신청을 제기 하면서 최근 첫 재판이 열린 것이다.

현재 이 회장은 정준씨의 주식이 명의신탁한 것이기 때문에 실소유자는 자신이고, 이 같은 이유로 배당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명의신탁은 탈세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법으로 금지된 위법행위이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재산을 자녀명의로 차명관리 해온 목적이 ‘세금회피’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최대 수 백 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는 국세청이 이미 해당 의혹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고 내사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투데이>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피죤 측에 해당 사안을 문의했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홍보 대행사에서 전담하고 있으니 그쪽에 문의하라”는 답변만이 되돌아 왔다.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역시 명의신탁 등의 의혹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다. 확인 뒤 연락 주겠다”고 답변 했으나, 이후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편법 상속 의혹까지…

그런데 이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선일로지스틱’을 통한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까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선일로지스틱은 지난 1994년 설립된 운송용역회사로, 지난해 매출액 105억9,000만원 중 103억7,000만원의 매출을 피죤과의 거래에서 올렸다. 2009년에도 마찬가지로 128억8,000만원의 매출액 중 126억6,000만원을 피죤으로부터 올렸다. 사실상 매출액의 거의 대부분을 피죤과의 거래에 의존하는 셈이다.

현재 선일로지스틱 지분의 3.7%는 이 회장 부부가, 96.3%는 이 회장의 자녀와 외손자가 보유하고 있는데, 회사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이 회사가 얻은 이익은 결국 오너일가 2,3세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게 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를 통해 자녀들은 향후 피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할 개연성이 있다. 사실상 일부 재벌 기업들의 편법 상속 백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정부도 올 상반기부터 이 같은 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백태를 편법상속의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각 재벌 기업에 대해 사정칼날을 들이대는 실정이다. 때문에 폭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이 언제든 또 다른 사정기관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한편, <파이낸셜투데이>는 피죤 측에 해당 사안에 대한 문의도 해 봤지만, “확인 뒤 연락 주겠다”는 답변 이후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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