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경쟁자’ 위성호 사장, 면접서 후보직 사퇴의사 밝혀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다음 수장으로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택했다.
조 행장은 신한금융그룹 내 대표적인 중립인사이자 조용히 할 일을 한다는 평을 받고 있어, 지주가 안정 속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19일 오후 차기 회장으로 조 행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추위 내정에 앞서 각 후보의 경영 성과와 역량, 자격요건 적합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평판조회 결과를 리뷰한 후 후보자들을 심층 면접했다. 모든 면접 절차가 종료된 후, 위원간의 심의와 투표를 거쳐 조 행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남은 절차는 오는 2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조 내정자가 최종 후보로 확정된 후 3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되는 것이다. 회장직 임기는 2019년까지다.
조 내정자는 앞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사장과 경쟁했으며 특히 위 사장과 격전을 벌인 바 있다.
위 사장은 이날 면접 과정에서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본인은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후보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신한금융그룹 안팎에서는 회추위가 안정을 택한다면 조 내정자를, 변화를 바란다면 위 사장을 뽑을 것으로 봤다. 더불어 그동안 신한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행보를 보인 것을 따져봤을 때, 세 후보 중 최연장자이자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 창립 멤버라 할 수 있는 최 전 사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조 내정자가 안정적 인물로 읽히는 이유는 그가 신한금융그룹에 상처를 남긴 ‘신한사태’ 때부터 보인 행보 때문이다. 신한사태는 2009년 당시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과 라응찬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측 사이에 벌어진 경영권 다툼으로 촉발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라 회장의 비자금 수사를 벌이면서 라 회장의 실각과 신 사장의 집권설이 거론되던 중,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라 회장·이 행장과 신 사장 간 공격은 점차 심화되다가 세 사람 모두 2010년 10·12월에 걸쳐 사퇴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신한사태 때 조 내정자는 신한은행에서 전무와 부행장직을 맡고 있었으며, 라 회장·이 행장 또는 신 사장 어느 라인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반면 위 사장은 라 회장 라인 인사로 분류된다.
조 행장이 2013년부터 2015년 2월까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지낸 후 신한은행장으로 깜짝 발탁된 배경에는 이같은 ‘중립성’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당시 행장직을 두고 경쟁한 유력 후보 중에는 위 사장도 있었다.
한동우 회장이 신한사태 이후 등판해 조직 추스르기에 집중해온 만큼 후계자를 고르는 데 있어 조 내정자의 이같은 내력을 고려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조 내정자의 전문성과 우수한 능력도 주요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조 내정자는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인사부장 ▲강남종합금융센터장 ▲뉴욕지점장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리테일 부문장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맡아왔다.
행장이 된 후에 보여준 호실적도 강점이다. 조 내정자가 지휘한 신한은행은 척박한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리딩뱅크 지위를 굳혔다. 지난해 9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조5825억원, 1조511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각각 11.3%, 20.6% 증가했다. 2015년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다소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4% 늘었다.
스마트근무제와 모바일 뱅킹서비스인 써니뱅크를 도입한 것은 조 내정자가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됐을 때 가져올 안정 속 변화의 기대감을 불러온다. 스마트근무제는 시공간 제약 없이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으로 ▲재택근무 ▲자율출퇴근제 ▲스마트워킹 센터 설립 등을 골자로 한다.
회추위는 “조용병 후보가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신한은행장 등을 거치면서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춘 인사”라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또 “조용병 후보가 1등 금융그룹으로서 신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에 대응해 조직의 변화를 리드하며, 글로벌 시장 개척과 성과 창출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