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침체로 뿌연 유통업 ‘안개속’…PB제품으로 반등 할까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지만 유통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 그림도 암담해 향후 전망도 여전히 안개속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온라인 매출과 자체브랜드 상품 출시 등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거시경제 지표 ‘악화’…소비심리 ‘추락’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유통업계 전체 시가총액은 168조1477억원으로 지난해 179조4924억원(1월 4일 기준) 대비 6.3% 감소했다. 1년 사이 11조원이 빠져나갔다.

업계별로 나눠보면 식음료업계가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식음료업계의 시가총액은 30조591억원으로 같은기간(40조850억원) 대비 25.0% 감소했다. 이어 섬유의복업계는 57조7196억원으로 20.7% 줄었고 운수창고업계와 유통업계는 각각 11.5%, 6.1%만큼 주가가 떨어져 나갔다.

반면 의약품업계는 35조581억원으로 28.5% 증가해 호황을 누렸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전망도 녹록지 않아 향후 급격한 소비침체가 우려 된다.

‘2017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2%대 성장률을 제시한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8년만이다. 산업은행도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둔화로 지난해보다 내려간 2.6%의 경제 성장률을 가늠했다.

특히 극심한 가계부채가 민간소비를 줄이는 단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가계신용은 1295조8000억원으로 1300조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늘어난 가계 빚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켜 지출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정부는 이로 인해 민간소비가 지난해보다 부진한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통업계는 온‧오프라인 경쟁이 한계를 넘어서면서 부정적인 소비 심리가 그대로 시장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경쟁에 할인 등 프로모션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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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급격하게 하락한 소비심리도 이를 뒷받침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조사된 지난해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5.8로 전달보다 6.1포인트 급락했다. 12월은 94.2로 전월대비 1.6포인트 더 떨어졌다. 소비심리가 100보다 아래로 내려가면 그만큼 가계 주체들이 향후 수입과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다.

치솟는 물가도 소비를 제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농심이 라면 값 인상을 발표한 이후 관련 공산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계란 값마저 폭등하면서 서민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계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업종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향후 관망을 더욱 곤궁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도 유통업계에 좋지 않은 장래를 예견했다. 이미 기존 면세점 간 경쟁이 치열한 데 새로 추가된 사업자까지 뛰어들면서 면세점 업계가 과열 경쟁에 시달릴 것이라는 평이다.

◆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전반적으로 올해 유통업계는 어두운 그림자가 팽배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매출이 한 줄기의 빛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과 모바일의 성장이 뚜렷했다며 이 같은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마트는 지난해 인구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고객이탈이 발생해 0.9% 성장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마트 관계자는 “20~30대 고객 매출의 비중이 감소하고 멤버십 회원들의 비중 역시 하락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온라인몰과 창고형 매장은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일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은 저성장 기조 속에서 전문점 특화 매장, 모바일 및 O2O 서비스 확대 등으로 매출 하락을 방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열한 경쟁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편의점업계는 2017년에도 우호적인 소비는 지속된다고 봤지만 업체 간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사회적 책임과 위상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며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단위 고객 당 점포 방문 횟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이 실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메프‧쿠팡‧티몬 등 쇼셜커머스 회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지난해까지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내년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PB‧1인 가구‧디지털’로 소비자 사로잡을까?

편의점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은 지난해 유통업계의 전체 트렌드를 이끄는 주연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져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 업체 입장에서도 자체 생산이 원가 절감으로 이어져 수익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또 1인 가구 증가와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으로 유통업계는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총 520만3000가구로 전체(1911만1000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지난 1990년 1인 가구 102만1000가구와 비교했을 때 5배 증가했다.

시장에서 1인 간편식 상품들이 선호도가 높아 이를 통한 장밋빛 장래가 기대된다. 대표적인 것이 이마트의 피코크다. 이마트 피코크는 1~2인분 분량으로 판매되는 간편식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1인 가구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재 800여개의 제품이 시중에 출시됐고 지금도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피코크 간편가정식 매출은 2013년 340억원에서 2014년 560억원 2015년에는 8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마트는 앞으로 피코크의 상품 수를 지난해 800여개에서 올해 1만여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카트와 계산대 없앤 인공지능(AI) 점포 ‘아마존고’를 벤치마킹해 원하는 상품을 즉시 구매하려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유통서비스가 진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도 빠르게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패션연구소도 올해 AI, 가상현실(VR) 등 IT 기술을 활용한 산업혁명이 유통업계에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패션 시장 규모도 지난해보다 3.3% 성장한 39조2732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특히 자기만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한 소비가 확산돼 이 같은 움직임을 선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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