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LGT, 케이블업계 “시장경쟁 원천봉쇄하는 합병 반대”

‘합병KT’ 매출19조, 자산 23조원 유무선 통신공룡 탄생
경쟁업계 “KT가 통신자원 독점, 심각한 경제 제한 초래”
일각 “합병 전제조건 KT 보유 전국 시내망 분리”요구도

KT가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와의 합병을 선언함에 따라 경쟁사인 SK와 LG의 통신계열사들은 물론, 케이블업계, 벤처기업들까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KT와 KTF가 합병하게 되면 양사의 유무선 통신시장 지배력이 유무선 양방향으로 전이돼, 전체 통신시장의 경쟁이 사실상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통신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통한 발전이 원천 봉쇄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케이블TV방송 업계도 정부가 KT-KTF 합병을 허용할 경우 소비자 피해만을 초래하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업계의 반대여론이 이처럼 높아지면서 이제 관심의 눈은 기업결합 심사의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으로 쏠리고 있다. 최종 합병인가 권한은 통신사업 주무 부처인 방통위에 있으나 기업결합에 따른 시장 경쟁성 제한 여부 등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KT는 지난 20일 KT와 KTF의 합병을 공식 선언하면서 앞으로 120일간의 합병작업을 거쳐 오는 5월 ‘합병KT’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합병KT는 매출액 19조원, 자산 23조원대의 규모로 거대 유무선 통신공룡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은 지난 21일 “필수설비를 독점한 KT가 이동통신사 KTF와 합병을 통해 독점적 거대 사업자가 되겠다고 공식화했다”며 “이에 따라 통신시장은 공정한 경쟁을 통한 산업발전이 원천 봉쇄되는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며 합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사장과 SK브로드밴드 조신 사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KT-KTF가 합병하게 되면 양사의 유무선 통신시장의 독점력 내지는 지배력이 유무선 양방향으로 전이돼 전체 통신시장에서 본원적 경쟁이 사실상 실종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이날 통신시장의 올바른 시장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일 KT이사회에서 의결한 KT-KTF합병과 관련, ‘KT-KTF합병 반대’ 의견을 담은 건의문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정 사장은 양사 합병의 문제점으로, “전체 통신시장 및 통신자원을 KT가 독식하게 돼 경쟁이 심각하게 제한되며, KT가 보유한 필수 설비를 통해 KT의 기존 유선시장 독점력이 더욱 고착화될 뿐 아니라 이동전화시장으로까지 지배력이 전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특히 “최근의 컨버전스(융합) 환경에서 KT가 가진 막강한 지배력은 방송 및 뉴미디어 시장으로 확대돼 결국 방송통신시장 전반의 경쟁제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사장은 또 “통화품질,요금 등의 본원적 경쟁은 사라지고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 경쟁으로 회귀할 것이며, 시장독점에 의한 경쟁감소로 인해 요금인하 유인이 저하돼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 역시 “두 회사의 합병으로 KT 유선의 지배력이 무선으로 전이되고, 이는 다시 유선의 독점력을 더욱 강화시켜, 지난 10년간 버텨 온 후발 유선업체들의 존립기반마저 흔들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 합병을 통한 KT의 유선 독점력 강화와 후발업체들의 고사에 이르는 악순환 구조는 IPTV, 인터넷 전화 등 신규시장 창출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견제 심화 합병KT 순항할까…인가 여부 관심

그런가하면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통신 “KT의 유선시장 지배력이 이동통신 시장으로 전이돼 심각한 경쟁 제한적 폐해가 발생될 수 있어 합병은 불허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측은 KT의 합병이 허가된다 해도 시내 가입자망 분리와 와이브로 및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등의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LG측은 “KT-KTF의 합병은 유선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는 동안 지금까지 축적한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유선시장의 독점력을 유지하는 한편 무선시장으로까지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LG측은 “KT의 시내 가입자망은 공기업 시절에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됐다”며 “이는 경쟁사의 네트워크 투자 방식 및 규모와 비교할 때 차별화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 불공정 경쟁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KT의 시내 가입자망 독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비 제공 및 가입자선로 공동 활용제도가 도입됐지만, KT의 망 제공 거부, 제공시기 지연 등으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LG측은 경쟁활성화 측면에서 ▲이동통신 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를 방지하기 위한 단말기 보조금의 법적 금지 ▲와이브로 및 HSDPA망 재판매 의무화 등이 필효하다고 요구했다. 또한 공정경쟁환경 조성 측면에서는 ▲주파수 재배치 제한 ▲KT의 보편적 역무손실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분담 폐지 ▲시내 가입자망 분리 ▲결합상품 판매 규제 등 최소한의 조건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케이블TV업계에서도 KT-KTF 합병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케이블협회는 “양사의 합병은 거대공룡 탄생이라는 통신시장에서의 독점구조의 문제뿐 아니라 IPTV 본격 출범에 따른 방송 인프라의 장악이라는 재앙으로까지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또 “KT-KTF 합병은 향후 SK와 LG 통신 계열사의 합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며 “통신시장내의 독과점 구조가 방송통신융합환경으로 고스란히 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케이블TV업계는 KT-KTF 합병 이후 거대 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심화될 경우 방송 시장에 약 3조원에 육박하는 마케팅 비용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IPTV의 출범 이후 가열된 방송시장 경쟁에서 밀려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유세준 케이블협회 회장은 “2000년 초반에 3만원대의 초고속인터넷 가격이 케이블 업계의 진출에 따라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30%이상 인하되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을 감안할 때 중소업체들의 생존 기반을 저해하는 양사의 합병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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