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동준 기자] 국내 기업에서 기업의 오너 일가가 CEO를 맡고 있는 경우, 경영자의 역량과 연임 확률은 상관관계가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과가 나빠도 교체되지 않는 등 이사회의 견제가 사실상 효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4일 ‘성과가 저조한 CEO의 연임이 담합에 주는 함의’를 통해 “오너 일가 CEO로 분석대상을 제한하면 담합 여부와 상관없이 교체의 상대성과에 대한 민감성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너 기업에서는 CEO 교체 문제에 경영자가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등의 성과지표가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저성과에 대한 처벌 기제는 오너 일가 CEO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분석결과 오너 일가 CEO는 경기 전체가 나빠질 때만 교체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들의 연임 확률은 자체의 능력이나 노력과는 연계되지 않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기업의 성과와 CEO 교체의 연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감독기능이 중요하지만, 오너 일가 CEO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저성과 CEO를 처벌하는 기제와 이사회 독립의 관계는 전문 CEO에게(만) 적용된다”며 “오너 일가 CEO에 대해서는 연고관계를 떠나, 이사회의 견제가 사실상 효력을 잃고 있는 것을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위원은 “담합기업의 CEO는 (해당 기업이)경쟁사보다 성과가 높을 때보다 산업 전반의 성과가 높을 때 연임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CEO에게 담합을 추구할 유인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대적 성과가 아니라 절대적 성과가 중요해지면 CEO들은 담합을 통해 손쉽게 산업 전체의 성과를 높이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가 “담합기업은 경쟁기업과 비교해 상대성과에 민감하지 않고, 산업 전반의 절대적 성과에는 민감하게 CEO 교체 여부가 결정됨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담합유인의 증가는 특정 기업에 해가될 뿐아니라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CEO는 기업의 시장전략을 결정하는 최고책임자로, 이들에게 주어지는 유인은 기업이 속한 시장의 경쟁상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회가 독립성을 지니고 감시기능을 행사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CEO와 지연, 학연 등 연고관계가 있는 사외이사의 비율이 높은 이사회를 가진 기업에서는 상대성과가 저조한 경영자가 교체될 확률이 감소함을 발견했다”면서 “독립적인 이사회가 저성과 경영자를 교체하는데에 보다 적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선임과 연임 결정에서 CEO의 영향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경영자에 대한)유인 기제는 CEO의 순수한 능력과 노력을 포착해낼 수 있는 성과지표에 기반해야하며, 경쟁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구상되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