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경준 전 검사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넥슨으로부터 공짜 주식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 전 검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김정주(48) NXC 대표로부터 공짜 주식과 차량 등을 받았다는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3일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한진그룹 내사사건을 종결하면서 자신의 처남 회사가 대한항공과 청소용역사업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와 재산을 숨기기 위해 장모 등의 명의로 금융거래를 한 혐의(금융실명거래법 위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김정주 대표로부터 주식과 차량 등을 받았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에 대해서는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허위 재산신고와 허위 소명을 했다는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무죄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서용원(67) 한진 대표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이익을 얻은 10여년간 김 대표와 관련한 특정한 현안이 없었고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특정한 직무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기업을 운영한다는 사정만으로 장래에 직무와 관련된 현안이 발생한다는 개연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들은 검사가 되기 이전, 사업을 하기 이전부터 친밀하게 지내왔다”며 “직무와 관련된 유의미한 현안이 없고 장래 현안의 발생 개연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대표의 막연하고 추상적인 진술만으로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 기간 김 대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조사 정도가 주된 현안인데 담당공무원에게 유리한 처분을 해달라는 청탁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진 전 검사장에게 사건 진행상황 확인이나 법률상담 정도를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 전 검사장은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임에도 직접 처리한 재벌 회장의 내사사건을 종결한 직후 회사 고위 임원을 만나 자신의 처남과 용역 계약을 맺도록 부탁했다”며 “처남 회사는 6년간 147억원의 용역을 받아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이어 “진 전 검사장과 그 아내가 그 이익 중 상당부분을 함께 사용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차이가 없다”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범행을 은폐, 축소하려고 시도하는 등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직무집행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했다”며 “묵묵히 일하는 일선 검사들의 자부심과 명예, 검찰 조직에 큰 상처를 남겨 책임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즉각 항소 뜻을 내비쳤다. 특임검사팀은 “일부 중요 쟁점에 관해 견해차가 있는 만큼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뇌물수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진 전 검사장을 구속 기소했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김 대표로부터 넥슨 주식을 사들이는 데 사용한 4억2500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총 9억53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사결과 진 전 검사장은 이후 해당 보유 주식을 10억원에 팔고 그중 8억5300여만원으로 넥슨재팬 주식 8537주를 산 것으로 드러났다. 특임검사팀은 이중 8억5300만원을 공소시효 10년 범위 내에 있는 뇌물로 판단했다.

진 전 검사장은 또 2008~2009년 넥슨홀딩스 명의로 리스한 제네시스 차량을 무상으로 사용해 19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챙기고 2009년 3월 차량 인수자금 3000만원을 김 대표로부터 받은 혐의도 있다.

이와 함께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1회에 걸쳐 가족 여행 경비 5000여만원을 김 대표가 대납하게 해 이익을 취득한 혐의도 받았다.

이밖에 진 전 검사장은 자신이 맡았던 한진그룹 관련 내사 사건을 종결하면서 대한항공이 2010년 8월 자신의 처남 명의의 청소용역업체에 용역사업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넥슨 주식 매입자금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재산신고를 허위로 하고 지난 3월 넥슨 주식 매입 경위 의혹 보도가 나오자 3차례에 걸쳐 허위 소명서 및 자료를 제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13년에 벌금 2억원, 추징금 130억7900여만원을 구형했다. 김 대표에게는 징역 2년6개월, 서 대표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8월 진 전 검사장을 이같은 혐의 등으로 해임처분하고 1015만원의 징계부가금을 의결했다. 현직 검사장이 비리 혐의로 해임 처분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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