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강퉁 교차거래 개시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신혜정 기자] 중국 선전거래소와 홍콩거래소 간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이 출범한 이틀째인 지난 6일 국내 투자자들은 선강퉁을 통해 약 81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범한 지 2년여가 지난 후강퉁(상하이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 평소 거래액 100억원가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개통 첫날의 순매수 규모도 106억원에 그쳤다.

중국 증시의 부진, 위안화 약세, 현지 당국의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선강퉁이 출범 이벤트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선강퉁 영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선강퉁 주식 직접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 16곳을 통해 들어온 선강퉁 순매수액은 지난 6일 4759만위안(약 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매수대금은 4693만위안, 매도대금은 66만위안이다.

선강퉁 출범 첫날인 5일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선강퉁에 총 6256만위안(106억원) 순매수하는 데 머물렀다. 이날은 매도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써 이틀 동안 한국에서 이뤄진 선강퉁 누적 순매수 규모는 186억원이다.

IT, 미디어, 신재생에너지 등 중국의 미래 중소형 성장주가 주로 상장된 ‘중국판 나스닥’ 선전 증시에 투자할 길이 열린 초반임에도 선강퉁 거래가 후강퉁 평소 수준으로 이뤄진 것은 우선 중국 증시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선강퉁에 직접 영향을 받는 선전 증시는 선강퉁 개통 이후 이틀간 거의 정체 상태다. 선전성분지수 증감률을 지난 5, 6일 각각 -1.18%, -0.04% 를 기록, 이틀째 내림세다. 같은 기간 선전종합지수의 경우에도 각각 -0.78%, 0.16%로 나타났다.

향후에도 글로벌 정치 불안, 위안화 약세,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자본통제 우려 등으로 선강퉁이 흥행하기까지는 상당한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도 고객들에게 선강퉁 투자를 적극 권유하지 않고 있다.

김철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후강퉁 출범 때와 달리 선강퉁 때는 관련 주식의 저평가 메리트가 낮고, 유동성도 풍부한 상황이 아니다”며 “거시 경제 상황도 받쳐주지 않고 있어 선강퉁 투자를 적극 권하거나 푸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심을 보이시는 분들을 중심으로 설명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해외 주식 투자액 가운데 대(對)중국의 비중이 높은데, 비중이 높다고 수익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지금은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으로 투자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후강퉁 거래 1위 자리는 물론 지난 이틀간 가장 많은 선강퉁 거래액을 달성한 것으로 자신하는 삼성증권도 후강퉁 때와 달리 선강퉁 판촉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차이나센터장은 “타사들도 중국 증시에 확신하고 선강퉁에 덤비는 상황이 아닌 거 같은데 저희도 마찬가지다”며 “중국 시장에 확신을 가지고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식으로 고객들에게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선전 증시가 선강퉁 오픈 이틀째에도 계속 정체 상태”라며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데 확 덤빌 이유가 없다”고 평했다.

장기적인 선강퉁 투자 전략에 대해서도 “과거 후강퉁 때 우르르 몰려갔다가 급등락을 경험한 고객이나 PB들은 단계적으로 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 보면서 얘기해야지 시장에 대해 자신이 없는데 무턱대고 권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유일의 중화권 증권사인 유안타증권도 선강퉁에 섣부른 투자 권유를 경계하고 있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글로벌비즈팀장은 “중국 증시가 바로 막 급등할 거 같진 않으니 선강퉁 투자에 신중히, 차분히 가자는 전략”이라며 “저희도 선강퉁 투자에 대해 본사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중국 현지 리포트를 보더라도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으로 투자 심리가 중국 현지에서 올라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증권사 총 56개사 가운데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 등 16곳이 선강퉁 주식 직접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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