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몰랐던 특별한 이야기

개봉일 : 2016/11/16

감독 : 엄태화

출연 : 강동원, 신은수, 이효제

[파이낸셜투데이=성남주 기자]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며칠 만에 어른이 돼 나타난 ‘성민’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소녀 ‘수린’, 세상은 몰랐던 그 둘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친구들과 산으로 놀러갔다가 홀로 돌아온 소녀 ‘수린’이 어렵게 꺼낸 이야기로 시작하는 <가려진 시간>은 논리적으로 이해되거나,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진실을 외면한 세상과 그와는 반대로 서로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지켰던 ‘성민’과 ‘수린’의 이야기를 판타지적 설정과 현실적 전개를 넘나드는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낯선 환경 속 외로운 소녀와 그녀에게 먼저 다가온 소년,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교감하는 과정은 풋풋하고 꾸밈없던 모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영화의 감성을 아련하게 채운다. 하지만 산속에서 이상한 일을 경험하게 된 후 홀로 깨어나 혼란스런 수린 앞에 불과 며칠 만에 어른이 된 성민이 나타나며 극은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간다. 겉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표정과 감정, 마음을 느끼며 그가 성민임을 확신하는 수린. 그녀의 진심과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조차 하지 않는 어른들의 의심, 이들의 엇갈린 시선은 스토리의 긴장을 만드는 동시에 ‘믿음’과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깊은 감정의 파동을 만든다. 남들과 다르게 흐르는 ‘가려진 시간’에 갇혔던 ‘성민’의 외로움과 두려움, 이를 보듬어준 단 한 사람 ‘수린’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린 <가려진 시간>은 믿음보다는 의심에 익숙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따뜻한 위로가 돼 가을 극장가에 잊을 수 없는 여운과 감동을 전할 것이다.

새로운 시도·신선한 이야기·섬세한 연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완벽한 앙상블

엄격한 심사 기준으로 인해 현재까지 15회를 거치는 동안 단 세 편만이 대상의 영광을 누린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단편작 <숲>으로 10인의 심사위원 만장일치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엄태화 감독. 이듬해 인터넷 공간과 현실을 오가며 이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잉투기>로 호평과 찬사를 받으며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감정묘사, 신선한 소재에 현실성을 더해 보편적 공감대를 전하는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으며 한국영화계 가장 주목받은 신인으로 기대를 모은 엄태화 감독이 2016년 상업영화 데뷔작 <가려진 시간>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큰 파도 앞에 남자와 소녀가 나란히 선 모습이 담긴 그림 한 장에서 영감을 받은 엄태화 감독은 ‘가려진 시간’을 지나 며칠 만에 어른이 돼 돌아온 남자와 그의 말을 믿어준 단 한 명의 소녀의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판타지적 장르와 소재를 통해 기존 한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에 나선 엄태화 감독은 두 인물 간의 특별한 교감을 섬세한 감성으로 그려내며 공감대를 더했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와 이야기지만 충분한 현실성을 불어넣은 묘사, 여기에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남자를 알아주는 한 소녀의 순수한 믿음이 주는 아련하고 따뜻한 정서는 엄태화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더해져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로써 최근 <검은 사제들> <부산행>으로 이어지는 신선한 소재 영화의 열풍, 걸출한 신인 감독의 강세를 이어갈 작품으로 귀추가 주목되는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은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이처럼 제작진의 디테일한 고민과 노력으로 완성된 감성적인 분위기와 따스한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가려진 시간>은 관객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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