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硏·産 집합체의 '결정체'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전국 유명 대학교에는 기업의 이름을 달고 있는 건물들이 하나씩은 있다. 기업들이 기부와 이미지제고, 홍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하거나 직접 지어주는 조건으로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대학교 입장에서도 새 건물을 증축하는 데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어 ‘윈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건물들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해당학교 관계자나 일부 학생들만이 알고 있을 뿐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대학과 기업의 ‘합작’ 건축물들을 직접 찾아가 어떠한 사연이 있는지 알아봤다. 이번 주인공은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캠퍼스다.

한양대 에리카는 2003년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체가 산학협력을 실천하는 학연산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구성됐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약 132만㎡(약 40만평)의 캠퍼스 부지 가운데 약 33만㎡(약 10만평)를 할애하는 등 독보적인 산학협력 인프라를 갖춰 나가고 있다.

산학협력에 대한 한양대 에리카의 확고한 의지는 캠퍼스 이름에서도 잘 드러난다. 'ERICA'는 ‘학교(Education), 연구(Research), 산업(Industry) 클러스터(Cluster) 안산(Ansan)’이란 뜻이다.

실무경험과 학점을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학연산 클러스터로 취업이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렵다는 요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양대 안산 캠퍼스에서 2009년 이름을 바꾼 한양대 에리카는 지난 30여년간 화려한 변화를 겪어왔다.

1979년 반월분교로 출발한 한양대 에리카는 당시 3개 학과 800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0여개의 건물에 다양한 국책연구기관과 기업연구센터를 유치해 명실상부한 실용 전문인재 육성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사업에 선정돼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1990년대 중후반 경기테크노파크와 LG소재부품연구소를 교내에 유치했으며 이후 실용 전문인재 육성이라는 목표를 과제로 한 수도권 특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도권에서는 단독으로 ‘산학협력 중심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다양한 국가 연구기관, 기업 연구센터가 들어서면서 국내에서 명실상부한 ERICA캠퍼스만의 특성을 갖추게 됐다.

산학협력 인프라 구축…결과는 ‘대성공’
실용학풍의 정점은 가리지 않는 ‘후원’

한양대 에리카 학연산 클러스터는 대학캠퍼스에 학연산 구성주체가 함께 모여 국가·지역의 고부가 가치형 산업창출을 위한 주요핵심사업을 수행하는 민간주도형 클러스터다.

캠퍼스 내 10만평부지에 한양대와 각정 연구소, 산업체 등이 함께 조성하는 에리카는 반월·시화 산업단지를 비롯한 수도권의 부품소재 연구개발(R&D) 클러스터의 기능과 함께 인문사회예체과 IT분야가 주축이 되는 문화산업클러스터의 두 가지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모 재단인 학교법인 한양학원의 ‘실용학풍’ 정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양대는 이를 바탕으로 산학교류를 활성화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 기업과 연구기관의 장

한양대 에리카에는 LG이노텍 부품연구소와 제약사 휴온스의 동암홀, 한국전기연구원 안산분원, 경기테크노파크 등 기업과 산업체의 후원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즐비하다.

▲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에 위치한 LG이노텍 R&D 안산 캠퍼스. 사진=이건엄 기자 20160909

이 중 산업을 대표하는 LG이노텍 부품연구소를 첫 방문지로 선택하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LG이노텍 안산캠퍼스 부품연구소는 LG이노텍과 자매사인 LG마이크론이 수도권 지역 부품·소재 관련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한양대와 업무협약을 통해 2006년 5월에 완공된 건물이다.

이 건물은 연면적 2만1157㎡(6400평)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캠퍼스 동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 시설은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330억원을 투입해 완성했다. 15년 뒤에는 한양대에 기증될 예정이다. 건물 내부에는 양사 연구원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구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LG이노텍 안산캠퍼스 부품연구소는 협력사 임직원들을 초청해 R&D, 경영, 경제, 혁신, 환경안전, 정도경영 등 분야별 최신 동향과 대응 노하우를 공유하는 ‘동반성장’의 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양사는 IT 인프라와 업무 제반 시설을 함께 사용해 연구소 운영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한양대 교수진들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상호 연구력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부품·소재 중심 학연산 클러스터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를 바탕으로 이 연구소를 부품·소재 연구단지로 집중 육성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력사들과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금융, 기술 교육 등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실질적 상생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약학대학 내부에 위치한 동암홀. 사진=이건엄 기자 20160909

동암홀은 ‘인류건강을 위한 의학적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고 윤명용 휴온스 회장의 설립이념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7월 완공된 건물이다.

이 건물은 약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발전과 휴식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해 한양대 약학대학에 기증됐다. 동암홀에는 정제부터 주사제까지 제형에 따라 분류한 약들과 50여 종에 달하는 생약제제 표본을 전시했고, 학생들의 조별 모임이나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도 별도로 마련했다.

동암홀 외에도 약학대학 내에 휴온스 중앙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약학관 6층에 상주하면서 인력과 기술 교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약학대학생들의 교육과 실습 등을 지원하면서 활발한 산학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재성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부총장은 동암홀 개관식에서 “설립자의 창업이념과 성장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동암홀의 개관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약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다양한 의약품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학습의 장으로 널리 쓰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은 “1965년 설립된 휴온스는 우수의약품 개발을 통해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한다는 선친의 신념과 늘 함께 해 왔다”면서 “그 뜻을 기리는 동암홀의 개관으로 약학공부에 전념하는 학생들이 미래 신약개발에 주역이 되는 꿈을 키우는 장소로 쓰이길 바란다”고 답했다.

◆中·小 가릴 것 없는 협력

동암홀을 뒤로 한 채 한양대 학연산 클러스터 내에서 연구부분을 대표하는 한국전기연구원 안산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 안산분원. 사진=이건엄 기자 20160909

한국전기연구원 안산분원은 부족한 연구시설과 연구원들의 분산 등으로 인한 연구 효율성 저하를 극복하고 첨단연구센터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신축 이전된 건물로 2008년 4월 완공됐다.

이 시설은 연면적 3만2814㎡에 지하1층, 지상4층의 연구동 2개와 지하1층, 지상3층의 시험동 2개로 구성돼 있다. 건립비용은 정부와 안산시, 한양대가 협조하에 총 사업비 406억원을 투자해 충당했다. 신규장비를 포함 650여종의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12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게 된다.

안산분원에는 전기연의 신성장동력 분야인 융합기술연구단과 시험인증본부 산하 전기기기평가부, 러시아국립광학연구소와의 합작연구기관인 SOI-KOREA 등이 운영된다.

회장님의 모교사랑에 중앙연구소 입주
안산 경제의 핵심…국가 발전에도 기여

안산분원 준공으로 전기연은 수도권 연구개발과 시험인증 업무 역량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충청 이북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을 지원하는 한편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경인지역 업체의 시험설비 공동이용과 국제규격 정보제공 업무 등을 효율적인 수행이 가능해졌다.

또 전력 IT기술개발사업과 관련된 업체가 경기도에 집적화 돼 있다는 점에서 전력 IT기술 관련한 학연산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공동 기술개발과 신산업 창출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기연 안산분원 취재를 마치고 한양대 학연산 클러스터의 꽃인 경기테크노파크로 이동했다. 캠퍼스 규모가 커서 그런지 이동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서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자 ‘첨단산업’에 걸 맞는 유리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에 위치한 경기테크노파크. 사진=이건엄 기자 20160909

경기테크노파크는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의 인적·물적 자원을 일정한 장소에 집적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조성된 시설들의 집합체로 2008년 준공됐다.

대지 면적 6만6656㎡, 연면적 5만3828㎡의 규모로 바이오와 전자정보통신, 자동차부품 등 총 94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크게 지원편의동과 기술고화동, RIT센터로 나뉜다.

지원편의동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재단운영본부와 대관시설, 테크노 스포츠센터, 은행, 식당, 카페와 같은 복지시설이 들어서 있다.

기술고도화동은 지하 1층, 지상 10층으로 이뤄져 있고 공용장비실과 기업임대공간으로 활용된다.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RIT센터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경기테크노파크는 설립 초기의 생소함으로 인한 오해와 불신을 씻고 최근에는 유수의 외국기업 CEO와 해외 고급관료들의 답사 코스가 될 정도로 궤도에 올랐다.

기업 유치에 있어서도 해외 자본유입과 고용 인력창출에도 기여하는 등 침체일로에 있는 안산시의 경제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밑거름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