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장, 현기환 유력설…‘아픈 추억’ 되살아나나

▲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또 다시 ‘낙하산 악몽’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KB금융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직 정확히 공석이 될지 확신할 수도 없는 국민은행장 자리에 현 정권의 유력 인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탓이다.

현재 KB금융을 이끌고 있는 윤종규 회장 이전까지 수많은 외부 인사들이 지주와 은행의 수장을 차지했던 데다, 이들이 모두 불명예 퇴진했던 아픈 과거가 오버랩 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민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취임 2주년을 전후로 겸직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민은행장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유력하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차기 회장 선임 시 현직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지 않기로 결정하고 윤 회장도 이를 수용했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부터 국내 금융지주사로서는 유일하게 은행장 자리를 겸직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더 이상 은행장 겸직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쏟아졌다. 특히 연내 목표로 추진되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작업 완료에 맞춰 은행장 선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구체적 시점까지 담은 전망이 나온다.

◆외부인사 잔혹사

윤 회장은 KB금융이 출범한 이후 첫 내부 출신 수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이전까지 KB를 둘러싼 외풍이 심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마지막 길은 대부분 불명예스러웠다.

윤 회장 직전 KB금융을 이끌던 임영록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출신 모피아로 분류된다. 임 전 회장은 국민은행 주전산 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감독의무 태만과 경영진 내분 등을 이유로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과 함께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끝에 사퇴했다. 이 전 행장 역시 ‘연피아’로 불린 금융연구원 출신 외부 인사였다.

임 전 회장의 전임 인사였던 어윤대 전 회장도 당시 MB정부에서 ‘금융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불린 친 정권 외부 인사였다. 어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거친 뒤 KB금융 회장에 올라 선임과 동시에 ‘관치금융’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어 전 회장 역시 순탄치 않은 임기를 보냈다. 어 전 회장은 심복인 박동창 당시 부사장이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내부정보를 건낸 사실이 확인돼 관리책임 부실을 이유로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박 전 부사장은 ING생명 인수가 사외이사들에 의해 무산된 뒤, 이에 대한 보복성으로 일부 사외이사들의 선임과 연임을 막기 위해 ISS측에 미공개 정보를 흘린 혐의를 받았다. 박 전 부사장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고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를 당하기까지 했다.

어 전 회장은 박 전 부사장에게 해당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를 내린 점이 확인되지 않아 중징계는 면했지만 끝내 경징계를 받았다.

2008년 9월 KB금융의 초대 회장에 오른 황영기 전 회장은 불과 1년 만에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바로 중도 퇴임해야 했다. 우리은행장 시절 1조원대 파생상품 투자를 결정했다가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였다.

◆“금융산업 전체 욕보이는 것”

이같은 과거 때문에 이번 현 전 정무수석의 국민은행장 유력설을 두고 금융권 노동조합 쪽에서는 벌써부터 불만에 찬 목소리가 나온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국민은행에 현 전 정무수석이 올 것이라는 관측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현 정권 관치금융의 핵심 몸통이 낙하산 은행장으로 내려온다는 소문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 전 수석이 국민은행장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소문은 계속돼 왔다”며 “지난 4월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국민은행 감사로 내려 보내려 했던 배후가 현 전 수석이었다는 것도 금융권에서는 정설”이라고 전했다.

또 “무엇보다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 호위무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의 행동 대장이 국내 대표 은행장 자리를 권력의 힘으로 꿰차려는 것은 금융산업 전체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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