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된 소액결제, 늘수록 ‘손해’…깊어지는 고민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카드사들이 편의점들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물 한 병, 담배 한 값도 거리낌 없이 카드로 결제하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소액결제의 중심인 편의점을 놓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까닭이다.

하지만 실상 카드사들에게 편의점은 ‘계륵’이다. 카드 결제 대행업체인 밴(VAN)사 와의 계약 구조 상 소액결제는 자칫 손해가 될 수 있는 탓에, 편의점을 바라보는 카드사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이번달 편의점 CU의 운영사인 BGF리테일과 전략적 제휴 조인식을 가졌다.

삼성카드는 20~30대 고객의 이용 비중이 높은 BGF리테일과의 협업을 통해 꼭 필요한 혜택을 모바일에서 이용할 수 있는 멀티 제휴카드를 출시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CU의 멤버십 기능을 통합하고 제휴사 할인 혜택 제공 등 모바일 기반의 이용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향후 제휴사와 함께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모바일 기반의 O2O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3사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한 발 앞서 지난 4월에 BGF리테일과 협력해 ‘CU Morning 신한카드체크’를 선보였다.

‘CU Morning 신한카드체크’는 CU와의 제휴를 통해 오전 편의점 사용이 많은 직장인들에게 캐시백 혜택을 확대했다. 오전 6시부터 10시 사이에 이 카드로 CU에서 결제할 경우 10% 캐시백 혜택이 제공되는 ‘모닝 우대 서비스’가 핵심이다.

10% 캐시백은 현장 결제 후 대금 청구일에 결제계좌로 10%가 입금된다. 일 5회(월 12회)까지 혜택이 제공되며 전월 이용금액에 따라 월간 통합 할인한도가 적용된다. 전월 이용금액별로 ▲30만~50만원 미만은 3000원 ▲50만~100만원 미만은 5000원 ▲100만~150만원 미만은 1만원 ▲150만원 이상은 1만 5000원까지 캐시백 된다. 모닝 우대 서비스와 관계없이 CU편의점 결제 시 CU멤버십 2%도 적립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편의점 이용 증대에 발맞춰 신상품을 출시했다”며 “향후에도 고객이 편리하고 가치 있는 소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점점 떨어지는 평균 결제 금액

카드사들이 편의점과의 제휴를 강화해 가는 이유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소액결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결제 고객 잡기는 현재 카드사들의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여신금융협회의 카드승인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카드 평균 결제 금액은 4만5306원으로 전년동월(4만8744원) 대비 7.6% 감소했다. 소액결제의 주요 수단인 체크카드 평균 결제 금액은 2만5676원에서 2만4119원으로 6.1% 감소했고, 신용카드의 평균 결제 금액도 6만3119원에서 5만9309만원으로 6.6% 줄었다.

이처럼 카드 평균 결제 금액이 줄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체 결제 금액보다 결제 건수 증가폭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58조500억원으로 전년동월(54조3300억원) 대비 6.8%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카드 승인건수는 12억8100만건으로 같은기간(11억1500만건) 대비 14.9%나 늘었다.

소액결제가 이뤄지는 주요 공간인 편의점에서의 카드 결재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기간 편의점 카드 승인 금액은 1조원으로 전년동월(7500억원) 대비 무려 33.0%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유통업종 전체의 카드 승인 금액은 7조500억원에서 7조8300억원으로 11.1% 늘었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편의점과 같이 소액결제가 많은 가맹점이 늘고 있다”며 “소액결제를 할 때 카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5000원 미만 결제는 ‘적자’

문제는 카드사들 입장에서 이같은 변화가 달갑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사 입장에서 소액결제는 이런저런 수수료를 떼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건 값의 2%를 수수료로 챙겨도 카드 결제대행사인 VAN사에 100원 안팎의 수수료를 주는 구조를 감안하면 카드결제 금액이 5000원에 미치지 못하면 카드사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수수료 갈등은 카드사들이 밴사에게 줘야 하는 밴수수료가 건당 100원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의 더 큰 걱정은 20대 국회에 있다. 야당 의원들이 다시 카드 수수료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편의점이나 병원처럼 소액결제가 많은 가맹점에도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결제 금액이 5000원 미만이면 카드사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편의점을 찾은 고객들이 백화점 등을 찾도록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손실 보전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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