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영국계 대형 투자은행 바클레이즈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집값의 100%에 달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재개했다.

바클레이즈의 100% 모기지 상품은 대부분 은행이 요구하는 5~10% 수준의 보증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모기지 중개업체 존 차콜의 레이 볼저는 이를 두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100% 모기지”라고 말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됐던 금융위기 이후로 금융 규제 강화와 은행의 위험 회피 성향 확대로 보이지 않던 100% 모기지가 다시 시장에 나오면서 고위험 대출 시장의 부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과도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킨 주요 원인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번 바클레이즈의 100% 모기지 부활에 시장의 우려 섞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 위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 내 자산 규모 5위에 달하던 모기지 대출기관 노던록은 집값의 125%에 달하는 LTV로 대출을 허용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자 노던록은 예금인출(뱅크런) 사태를 겪으면서 국유화를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바 있다.

고위험 대출 시장은 금융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2014년 도입된 ‘모기지 마켓 리뷰’로 잠잠했었다. 모기지 마켓 리뷰는 100% 모기지를 규정상으로 막지는 않지만, 원금 상환 능력을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해 LTV가 줄어드는 효과를 냈다.

다만 바클레이즈 측은 고위험 대출에 대한 안전장치로 대출자의 가족이나 후견인이 집값의 10%를 3년 간 현금으로 보증할 때만 100% 모기지를 제공한다며,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관행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즈는 대출자의 후견인이 모기지와 연동되고 1.5% 이자를 지급하는 ‘헬프풀 스타트(Helpful Start)’ 계좌에 집값의 10%를 입금하도록 해 가족과 대출자 모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부양할 것이라고 반론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처음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대출자 중 약 35%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부모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하며 빌린 자금의 20%를 갚지 않는다.

존 차콜의 레이 볼저는 바클레이즈의 100% 모기지의 실제 LTV는 90% 수준이라며 “대출자 부모의 가계 부담과 은행의 위험 부담을 동시에 완화한다”고 말했다.

보험사 L&G도 올해 주택 마련을 위해 부모로부터 자녀가 빌리는 금액이 50억파운드(약 8조398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총 모기지 금액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하지만 L&G는 “‘엄마·아빠 은행’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일부 계층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지탱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영란은행(BOE) 역시 바클레이즈의 100% 모기지 부활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샬럿 넬슨은 “아무리 가족·후견인 담보가 있다고 해도 시장은 100% 모기지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영국 은행권에 확산으로 인한 고위험 대출 시장의 부활을 금융 당국이 허용할 리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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