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나누기’ 누가 잘했나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민간에 풀도록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시행한지 1년이 지났다. 배당으로 이익을 나누든,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리든, 투자를 하든, 손에 쥔 현금을 더 이상 쌓아두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장’이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첫 해 기업들의 ‘배당 성적표’를 정리해 봤다.

국내 10대 그룹이 일제히 배당을 늘리면서 10조원 넘는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장사를 하고 손에 쥔 현금 1000원 중 200원 가까이를 푼 셈이다.

25일 <파이낸셜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10대 그룹 소속 91개 상장사들의 제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의 지난해 이익현금배당은 총 10조6128억원으로 전년(8조9748억원) 대비 18.3%(1조6380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10대 그룹의 배당금은 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현금의 1/5 수준이다. 순이익이 다소 줄었음에도 배당 규모를 키우면서 이 비율도 더욱 상승했다.

조사 대상 업체들의 현금배당성향은 19.9%로 같은기간(16.8%) 대비 3.1%포인트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이 53조2485억원에서 53조2485억원으로 0.5%(2776억원) 줄면서 현금배당성향은 더욱 높아졌다. 현금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가운데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이다.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그만큼 많이 돌려준다는 의미다.

◆저마다의 사정

전체 흐름처럼 10대 그룹 모두가 일제히 배당을 늘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마다 사정은 달랐다. 1년 전에 비해 배당 규모를 가장 많이 키운 곳은 SK그룹이었다. 반면 최악의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배당 여력이 거의 없었다.

SK그룹 소속 16개 상장사의 지난해 배당금은 1조7911억원으로 전년(1조538억원) 대비 70.0%(7373억원) 급증했다. 2014년 6000억원에 달하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이 2015년 8000억원이 넘는 흑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2014년 배당을 하지 않았던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474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에 힘입어 그룹 지주사인 ㈜SK도 같은기간 배당금을 880억원에서 1918억원으로 두 배 이상(118.0%) 늘렸다. 또 SK하이닉스는 2184억원에서 3530억원으로, SKC는 198억원에서 274억원으로 배당금이 각각 61.6%, 38.4% 증가했다. 현금배당을 줄인 계열사는 단 한 군데도 없었고,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SKC솔믹스, SK컴즈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반면 SK증권과 아이리버는 순이익 흑자를 내고도 배당금을 나눠주지 않았다.

롯데그룹의 현금배당 규모도 1.5배 넘게 커졌다. 롯데그룹 소속 9개 상장사의 지난해 배당금은 2012억원으로 전년(1256억원) 대비 60.2%(756억원)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이 337억원에서 842억원으로, 롯데제과가 73억원에서 160억원으로 각각 배당 규모를 149.9%, 119.2% 늘렸다. 반면 적자지속한 현대정보기술은 지난해에도 배당을 하지 않았고, 1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한 롯데손해보험 역시 배당금이 없었다.

배당금 10조6128억원…전년比 18.3%↑
손에 쥔 현금 1000원 중 200원 풀었다
부활 SK, 증가폭 ‘최대’…현대重 ‘우울’
순익 2배 내준 포스코…후한 곳 어디?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이 배당 규모를 많이 늘린 곳으로 꼽혔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11개 상장사의 지난해 배당금은 2조1780억원으로 전년(1조7653억원) 대비 23.4%(4127억원) 증가했다. 그룹 내 맏형인 현대자동차가 적극 나선 영향이 컸다. 현대자동차의 배당금은 1조796억원으로 같은기간(8173억원) 대비 32.1%(2623억원) 늘었다. 또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HMC투자증권이 현금배당을 44억원에서 132억원으로 세 배나 늘리며 눈길을 끌었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750억원에서 1125억원으로 50.0% 증가하며 배당 규모를 많이 늘린 계열사에 이름을 올렸다. 배당이 없었던 곳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현대로템과 실적이 크게 악화된 현대비앤지스틸 등 두 곳이었다.

이처럼 대부분 그룹들이 배당 늘리기에 적극적인 사이,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실상 배당이 ‘제로’에 가까워 대조를 이뤘다. 현대중공업그룹 소속 3대 상장사의 지난해 배당금은 18억원에 불과했다. 조선업계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단 한 푼의 배당금도 지급하지 못했다. 현대씨앤에프만이 18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밖에 그룹들의 같은기간 현금배당금 증가율은 ▲LG그룹 18.1%(1637억원) ▲GS그룹 13.8%(294억원) ▲삼성그룹 5.2%(2085억원) ▲한진그룹 2.0%(2억원) ▲한화그룹 1.3%(28억원) ▲포스코그룹 0.8%(60억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 미소

손에 쥔 현금에 비해 배당금 규모가 컸던 곳은 당기순이익의 2배가 넘는 돈을 뿌린 포스코그룹이었다. 순이익보다 배당이 더 많은 곳은 포스코그룹이 유일했다. 또 한화그룹과 GS그룹 등이 후한 배당금을 나눠준 그룹에 꼽혔다.

포스코그룹 소속 7개 상장사의 지난해 현금배당성향은 223.6%에 달했다. 88.9%를 기록한 2014년보다도 134.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는 조사 대상 업체들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7977억원에서 3199억원으로 절반 넘게(59.9%) 급감했지만 현금배당 규모는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까닭이다.

이어 한화그룹의 현금배당성향이 2위를 차지했다. 한화그룹 소속 7개 상장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5311억원 중 42.0%인 2228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3위에 오른 GS그룹의 경우 소속 6개 상장사들은 7250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33.4%인 2424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밖에 그룹들의 현금배당성향은 ▲LG그룹 26.6% ▲롯데그룹 19.2% ▲삼성그룹 18.7% ▲현대자동차그룹 15.9% ▲SK그룹 14.3% 등 순이었다. 또 한진그룹은 6689억원, 현대중공업그룹은 1조29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102억원, 18억원을 현금배당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4년 7월 취임한 후 내놓은 각종 경제활성화 대책 중에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중 하나다. 기업의 당기소득 중 투자나 임금 증가, 배당에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 과세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기업 소득을 가계와 사회로 환류시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상호출자제한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기업이 한 해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나 배당, 임금 인상분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미달 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일종의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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