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업무보고에 앞서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에게 미래에셋 뱃지를 직접 달아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대우증권)의 통합 작업이 본격화가 시작되면서 미래에셋대우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을 둘러싼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효율을 위한 인력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구조조정과 관련된 의혹을 사전 진화하기 위해 애써 왔지만, 미래에셋대우 직원들 사이에선 좀처럼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박 회장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연금본부 확대, IT 유휴 인력 이동 등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직군 전환을 통한 간접 구조조정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4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연금사업부 조직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우증권의 연금 관련 인력은 45명에 불과하지만 통합 이후 400~500명까지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지난 4일 업무보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IT 쪽은 대우증권을 중심으로, 미래에셋은 연금이나 자산관리 중심으로 통합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퇴직연금 누적 적립액이 HMC투자증권에 이어 2위(9424억원)를 기록했다. 개인연금의 경우 증권사 중에서 가장 많은 4495억원을 새로 유치했으며, 누적 적립액도 1조676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없다고 하지만 현재 45명으로도 충분한 연금사업부 조직을 400~500명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명백하게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며 “대우증권 직원 중 15~20%는 직군 전환을 통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우증권을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지는 IT 분야도 관심사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IT인력이 150여명, 미래에셋은 100여명 가량으로 전해졌다. 일단 2년 가량은 차세대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모든 인력들이 활용되겠지만 이후 인력이 70~80명 가량 남는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대우증권 고객지원팀 지점 당 1명씩 미래에셋증권으로 교차 발령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박 회장은 합병 뒤 청사진으로 교차발령과 연금사업의 인원 확대, IT직군 유휴인력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구조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며 “원치 않은 직군 전환을 통한 간접 구조조정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M&A 과정에서 피인수자들의 구조조정 우려와 통합 후 조직에 대한 불안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홍석국 대표이사에게 미래에셋 배지를 직접 달아주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미래에셋대우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미래에셋이 산업은행에 잔금을 납부하기는 했지만 오는 7월 금융위원회의 합병 승인과 9~10월 양사 합병 주주총회 등의 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합병 과정이 조용히 진행되는 것과 달리 박 회장이 본격적으로 나서 합병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다소 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IB나 연금영역을 포함한 자산 관리(PB) 영역은 완전 고용한다는 입장이다. 갑자기 미래에셋생명 보험설계사(FC)로 가는 일은 없다”며 “구조조정이 아닌 조직 개편안은 지금 논의 중이다. 통합추진위원회에서 미래에셋대우 부서장들과 인력 및 사업개편안을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사이의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미래에셋대우 노조는 ‘미래에셋 뱃지 안 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미래에셋과의 협상 채널을 요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답을 얻지 못한 채 오는 17일 을지로 센터원 빌딩 앞에서 전 직원 집회를 진행키로 했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 임직원들은 같은날 강원도 홍천군 블루마운틴CC에서 양사 임원진 1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워크숍을 진행키로 했다. 이 자리에는 박현주 회장과 홍성국 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양사가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화합을 위한 묘안을 모색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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