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이유 갖다 붙인 ‘허벌난’ 비용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대표적인 글로벌 다단계 업체 ‘허벌라이프’의 한국 법인이 지금까지 국내에 물건을 팔면서 해외 본사에 최소 1조원이 넘는 돈을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센스’와 ‘기술지원’, ‘프랜차이즈 영업’ ‘관리서비스’ 등 온갖 명목으로 빠져나간 돈만 7000억원에 달했고, 이와 별도로 4000억원의 가까운 천문학적 배당금까지 토해내야 했다.

안 그래도 외국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봉’으로 여긴다는 불편한 시선이 커져가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서 자행하는 ‘국부 유출’에 이들을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파이낸셜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공식 자료로 확인 가능한 기간(1999~2015년) 동안 한국허벌라이프가 미국의 허벌라이프인터내셔널(Herbalife International) 등 해외 법인에 지급한 수수료와 배당금은 총 1조845억원이다.

◆천문학적 수수료

이 중 한국허벌라이프가 내준 ‘지급수수료’만 6847억원으로 7000억원에 이른다. 지급수수료는 한국허벌라이프가 미국 본사와 맺고 있는 계약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돈이다.

한국허벌라이프와 미국 법인들 사이에 채결된 지급수수료 계약은 총 3개다. 허벌라이프인터내셔널과는 ‘프랜차이즈&라이센스협정(Franchise and License Agreement)’, ‘라이센스&기술지원협정(License and Technical Assistance Agreement)’이 채결돼 있다. 또 다른 미국 법인인 허벌라이프인터내셔널오브아메리카(Herbalife International of America)와도 ‘관리서비스협정(Administrative Services Agreement)’을 맺고 있다.

이 중 가장 덩어리가 큰 계약은 허벌라이프인터내셔널오브아메리카와 맺고 있는 관리서비스협정이다. 지난해 한국허벌라이프의 지급수수료 661억원 중 57.8%인 382억원을 차지했다. 허벌라이프인터내셔널과의 계약인 프랜차이즈&라이센스협정과 라이센스&기술지원협정에 따른 지급수수료는 각각 207억원, 72억원이었다.

그나마 지난해 지급수수료는 이전에 비해 줄어든 액수다. 한국허벌라이프의 2014년 지급수수료는 925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간 중 최고액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한국허벌라이프의 지난해 성적이 하락한 탓으로 보인다. 한국허벌라이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2.1%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500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34.6% 급감했다. 매출도 2163억원을 기록하며 28.8% 줄었다.

라이센스·기술·프랜차이즈 등등…수수료 7000억원
4000억 배당은 또 따로…한 푼도 남김없이 ‘송금’

이전까지 한국허벌라이프의 지급수수료 규모는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불어왔다. 2000년대 초반 다소 감소세를 보이며 100억원대까지 줄기도 했지만, 2000년대 말부터 갑자기 급증하기 시작하며 현재 수준에 이르고 있다.

1999년 299억원부터 ▲2000년 284억원 ▲2001년 297억원 ▲2002년 247억원 등 200억원대였던 한국허벌라이프의 지급수수료는 2003년 127억원으로 줄더니 ▲2004년 102억원 ▲2005년 104억원으로 100억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2006년 148억원, 2007년 138억원 등을 기록하며 반등해 2008년 184억원으로 순식간에 200억원에 육박했다.

일단 불어나기 시작한 지급수수료 규모는 이때부터 수직상승했다. 2009년 291억원으로 300억원에 육박하더니, 2010년 473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어 다음해인 2011년 758억원으로 1년 새 300억원 가까이 늘었고, 2012년에는 896억원으로 순식간에 900억원대 코앞까지 치솟았다. 마침내 2013년 913억원을 기록하며 지급수수료 900억원을 돌파했다.

◆배당은 ‘별도 송금’

한국허벌라이프에서 빠져나간 돈은 지급수수료만이 아니다. 배당을 통해 미국 본사로 송금된 돈도 4000억원에 육박한다.

같은기간 한국허벌라이프의 배당금은 39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배구조상 이 돈은 모두 미국 본사로 흘러들어갔다. 한국허벌라이프의 지분은 미국의 허벌라이프인터내셔널이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배당금 전부는 해당 미국 법인의 몫이다.

한국허벌라이프는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기간 중 지난해와 2009년, 2006년 2005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배당을 실시해 왔다. 가장 최근 배당이었던 2014년의 경우 770억원을 지급했다. 이 해 한국허벌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764억원. 한국 법인이 손에 쥔 현금 모두를 미국법인이 가져간 셈이다.

이같은 배당 역시 지급수수료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중반 다소 줄다가 2010년이 넘어서면서 급증하는 추세다.

1999년과 2000년 각각 100억원이었던 한국허벌라이프의 배당금은 2001년 119억원, 2002년 122억원으로 증가하다가, 2003년 39억원, 2004년 59억원을 기록하며 100억원 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2005년, 2006년에 중단됐던 배당은 2007년 59억원, 2008년 63억원으로 다시 시작됐다. 2009년에도 배당을 잠시 쉬었다.

그러다 2010년 157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상 최대 타이틀은 불과 1년 만에 다시 깨졌다. 2011년 무려 911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배당금을 지급한 것. 이는 지금까지도 확인되는 한국허벌라이프의 연간 최대 배당금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한 번 늘어난 배당금 규모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한국허벌라이프는 이후 ▲2012년 789억원 ▲2013년 710억원 ▲2014년 770억원의 배당을 지속했다. 그러다 지난해 6년 만에 배당을 다시 한 번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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