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국내 백화점들이 국내 중소기업들에 30% 가까운 높은 판매 수수료율을 챙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 명품 브랜드와 대기업이 생산한 제품에는 20%대의 판매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백화점 7개사의 판매수수료율은 27.9%로 지난해(28.3%)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업체별로는 롯데(28.5%)의 판매수수료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신세계(28.4%)와 AK플라자(28.1%), 갤러리아(27.6%), 현대(27.5%), 동아(24.3%), NC(22.9%) 등 순이다.

품목별로는 디지털기기(11.0%)와 대형가전(14.4%), 소형가전(18.6%), 문구·완구(18.7%), 신선식품(20.8%) 등의 수수료율은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군으로 분류되는 디지털기기와 대형가전, 소형가전은 각각 10% 초반대 판매 수수료를 지불했다.

또 명품으로 분류되는 제품군이 속한 가방과 잡화, 시계, 의류 등은 평균 22.3%에 해당하는 판매수수료를 지불했다.

각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이 30%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낮은 수수료율 부과다.

반면 중소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으로 분류되는 아동·유아용품과 란제리·모피, 잡화, 레저용품, 셔츠·넥타이 등은 평균 판매수수료율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품군별로 보면 셔츠·넥타이(33.9%)와 레저용품(32.0%), 잡화(31.8%), 여성정장(31.7%), 란제리·모피(31.1%) 등의 판매수수료율을 보였다.

납품업체 규모별 평균 판매수수료율을 살펴보면 롯데백화점과 AK플라자는 대기업에 각각 평균 28.8%, 29.0%의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는 각각 30.3%, 30.8%, 29.4%의 판매 수수료율을 대기업에 부과했다.

반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판매수수료율은 롯데백화점과 AK플라자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해당 업체에서는 28.6%, 27.8%의 판매수수료율을 중소기업에 부과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는 각각 26.6%와 27.3%, 26.9%의 판매 수수료율을 중소기업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수수료율 부과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가전제품 등은 시장가격이 때문에 백화점과의 합의과정에서 낮은 비율의 판매수수료율을 정한다”며 “반면 국내 제조업체가 만든 의류나 잡화 등은 백화점 측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 가격 등이 포함된 판매수수료율을 책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명품 브랜드가 낮은 판매수수료율을 지불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백화점 측에서 명품 브랜드는 모셔오려는 경향이 있어서 협상 과정에서 낮은 판매수수료율을 제시하기도 한다”며 “명품 업체들의 협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낮은 판매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경향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산품들은 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낮은 판매수수료율을 부과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백화점이 힘있는 대기업에는 낮은 판매수수료율을 매긴다”며 “이는 중소기업에는 높은 판매수수료율을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힘 없는 기업의 경우 무리한 판매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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