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동양그룹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매입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현정)는 전날 개인투자자 서모씨 등 362명이 국가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감원은 1999년 이후 2~3년에 한 번씩 금융기관에 대한 종합 검사를 하고 있다. 당시 동양증권 회생채권 보고서를 작성해 금융위원회에 보고했고 내부 통제 절차를 강화하라는 등 공문을 보냈다”며 “금감원이 투기등급 계열사의 회사채 불완전 판매에 대한 감독 직무를 유기하고 부당판매에 대한 검사 제재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지도 및 감독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이를 전제로 하는 국가에 대한 배상 책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금융위원회법 상 금융소비자의 보호와 배상 등 피해구제에 관해 규제제정권을 부여하고 있을 뿐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금융위원회가 제·개정한 금융 정책 등에 관한 규정은 합리적 재량에 의한 정책적 결단에 속한 내용으로 특정한 내용을 규제해야 할 규정의 제·개정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국가가 금융위 등을 통해 동양증권 등 금융기관 검사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서씨 등 362명은 “국가와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하고 직무를 유기해 피해를 입었다”며 “각 100만원을 배상하라”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법률에 의해 각종 제재 및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국가와 금감원이 금융투자업자로부터 일반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양 사태는 2013년 9~10월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인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5개 계열사가 연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투자자 4만여명이 피해를 본 사건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오영준)은 지난달 26일 개인투자자 장모씨 등 33명이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양증권이 회사채가 정상적으로 상환될 수 없는 것을 알면서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하게 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일반투자자들에게 CP 및 회사채를 대거 판매하고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현재현(66) 전 동양그룹 회장에게 지난달 징역 7년을 확정했다. 현 전 회장은 이듬해 1월 동양그룹 계열사의 차입금 상환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이 발행한 CP와 회사채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총 1조295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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