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금융권 성과주의 적용의 첫 시험대는 임금피크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일부 금융사들이 성과주의를 연동한 임금피크제인 이른바 ‘성과 피크제’ 시행을 앞두고 있어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임금체계를 손 보기로 예고한 가운데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한 이번 인사 실험이 ‘연공형 호봉제’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권 임금체계 개편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임금피크제에 성과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하거나 적극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노사간 합의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임금피크제에 성과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의 시기를 따로 정하지 않고 성과에 따라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부지점장 이상의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역량과 직무경험, 성과에 따라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차등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성과가 우수하면 정년인 60세까지 100%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연령에 해당되더라도 역량과 성과가 우수하면 임금감소를 적용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도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에 대해 성과에 따라 추가 급여를 주거나 임금피크제 적용을 아예 유예키로 하는 방안에 노사간 합의를 이뤘다. 임금피크제 기간 중 2년은 만 55세 연봉의 50%, 또 2년은 40%씩 보장받게 되는데 성과에 따라 추가급여지급률을 적용키로 했다. 또 대상 직원 가운데 역량 및 성과를 토대로 업무수행상 필요한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이 유예된다.

KB국민은행도 제한적인 성과 피크제를 시행 중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 가운데 마케팅직으로 전환할 경우 일반직 급여의 절반으로 깎이지만 영업 성과에 따라 최대 200%의 성과급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성과 피크제 도입 움직임은 보험업계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동부화재는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임금피크제에 성과를 별도로 책정키로 했다. 아직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일부 보험사들도 성과 피크제 도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과와 연동한 임금피크제가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성과에 따라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퇴출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노동계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과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노사 간의 적극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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