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과거에 해외여행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요즘에는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해외여행 비용도 낮아져 많은 사람들이 쉽게 국외로 여행을 가고 있습니다. 특히 저가항공사의 등장과 해외여행을 취급하는 여행사가 다양해진 탓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만큼 이와 관련된 분쟁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여행사와 계약을 한 후에 불가피하게 계약을 취소할 경우 환불과 관련된 문제가 가장 흔한 분쟁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 오광균 변호사

여행사와 계약을 한 후에 불가피하게 계약을 깨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여행사의 귀책사유로 일어난 것이라면 소비자가 당당하게 따질 수 있겠지만 소비자의 개인적인 사유로 계약을 파기해야한다면 환불을 요구하기 다소 껄끄러운 면이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는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여행 계약을 철회 또는 취소하는 경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거나 집안에 경조사가 생겨 당초 계획했던 여행을 갈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제가 상담을 했던 유사한 사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혼여행 상품 계약을 취소한 사례입니다.

소비자가 계약했던 여행 상품은 5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여행상품이었습니다.

가격은 비쌌지만 일생에 단 한번 뿐인 신혼여행이라서 기꺼이 지불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나 결국 파혼했습니다.

이미 지불한 결혼 비용 중 가장 큰 문제로 남은 것은 신혼여행비 환불이었습니다.

여행사 측에서는 여행 일자가 며칠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체의 환불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외 여행에 관해 표준약관을 제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행 산업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유도하고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이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이고 사업자 중에도 표준약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표준약관이 모든 경우에 다 공정하게 적용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 표준약관이 제정될 당시 소비자와 사업자의 입장을 모두 듣고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에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저도 소비자단체에 겸직을 하면서 표준약관에 대하여 의견을 낸 적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특히 고가의 여행상품을 계약할 때 사업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하는지 반드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도 고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환불이나 위약금의 기준을 사례별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행상품 계약이 이러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따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나중의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행지나 여행상품의 특성상 표준약관이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일반적인 계약 조건을 따르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사업자가 표준약관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계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의 대표적인 예로 ‘어떠한 경우에도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는다’‘호텔이나 리조트 비용으로 지급된 비용은 일체 반환하지 않는다’는 등 입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사업자는 고객인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설명을 하였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업자에게 있기 때문에 사업자가 그저 구두로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다면 계약의 내용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약 위와 같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설명하였다는 것을 사업자가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는 계약의 내용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으로는 여행자의 여행 계약 해제 요청이 있는 경우 여행개시 30일전까지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계약금을 환불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 밖에 20일전까지는 여행요금의 10%, 10일전까지는 여행요금의 15%, 8일전까지는 여행요금의 20%, 1일전까지는 여행요금의 30%, 여행 당일에 통보할 경우에는 여행요금의 50%를 소비자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 제8조에서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 손해금 등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을 무효로 하고 있습니다.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계약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더라도, 그것이 소비자에게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는 내용이라면 위 법률 조항에 따라 무효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약관 내용이 무효라는 것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행상품 계약을 철회나 취소한 후에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불공정한 계약을 피하는 것도 현명한 소비의 방법입니다.

특히 고가의 여행 상품을 계약할 때에는 약관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분쟁의 여지가 있는 계약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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