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채.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넉 달째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배경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금융 안정’에 집중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데다 중국발 경기 둔화가 불거진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보다는 신중하게 대응해 나가기 위한 차원에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추가로 금리를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차가 줄어들어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대외 경제여건 등에 비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내수를 중심으로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리를 내릴 뚜렷한 명분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 이후 소비 심리가 회복된 가운데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적극적인 소비 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국내 소비는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7월과 8월 소매 판매액 증가율은 전월 대비 2.0%, 1.9% 늘었다. 9월 백화점 매출액과 할인점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달보다 14.1%, 10.0% 증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3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금리 조정만으로는 더이상 경기 부양을 이끌기 힘들다는 인식도 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금리 정책 외에 구조개혁 등 다른 수단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한은이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부담을 안고 추가로 금리를 내리는 ‘모험’을 택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2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130조원을 돌파했고, 3분기에도 매달 7~10조원에 달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데다 글로벌 저성장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금리인하 기대감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낮아질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요구 압박은 커질 수 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놓고 있지만 수정경제전망의 하향 조정폭이 예상보다 클 경우 시장에서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은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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