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김모 씨는 2013년 졸음운전으로 인해 가로수를 들이 받는 교통사고로 양쪽 발목이 골절되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3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8월 주치의로부터 신경이 손상돼 더 이상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다친 부위에 대해 후유장해가 남았다는 진단을 받고 본인이 가입돼 있던 A보험사에 장해보험금 청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김 씨가 받은 후유장해 진단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 공광길 RMS손해사정 이사

A보험사는 B손해사정회사라는 외주 손해사정업체에 보험금 지급 조사를 맡겼습니다.

보험금 지급 조사를 맡은 보험조사자는 A보험회사에서 보험조사 의뢰를 받고 이 보험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으며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보험조사자는 김 씨의 장해진단에 의구심이 든다며 진료기록만을 가지고 보험회사가 지정하는 C병원에 장해 진단의 적정성에 대해 문의를 했습니다.

A보험회사에서 의료자문비를 받은 C병원의 자문의사는 김 씨를 직접 관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씨에게 장해가 남지 않는다는 자문의뢰서를 발급했습니다.

이 자문의뢰서를 바탕으로 A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합니다.

이에 반발한 김 씨는 A보험회사와 함께 제3의 병원을 지정해 장해 평가를 다시 받고 나서야 최초 진단 받은 장해 내용대로 청구한 보험금 전액을 지급 받았습니다.

보험회사와 보험자 간의 이 같은 갈등은 사실 보험금 청구 시에 흔히 발생하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보험상품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보험금이 지급되고 종료되는 시점까지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돼 있습니다.

손해가 발생했는지 사실을 확인하는 것부터 보험약관 및 관계 법규 적용의 적정성을 판단해 손해액과 보험금을 산정하는 절차인 손해사정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독립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합니다.

문제는 실제로 손해사정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객관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각종 분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회사는 자체적으로 고용한 손해사정사가 업무를 담당하게 하거나 이해관계를 가진 손해사정업자에게 해당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금이 보험회사에 유리하게 산정될 수 있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자기손해사정’의 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합니다.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는 보험회사가 지정하고 보험회사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손해사정업체에게 손해사정 업무를 맡기게 됩니다.

보험회사의 수수료를 받은 손해사정업체는 보험회사에게 유리한 자료를 수집해 보험회사의 자문료를 받는 의사에게 의료자문을 맡기게 되고 그 결과 보험회사에 유리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어떤 자료를 해석함에 있어 모호한 경우 좀 더 객관성을 가지고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따라서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비단 보험회사에게서 손해사정업무를 위탁받는 업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독립손해사정사들도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는 같은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과다장해와 손해액 부풀리기 같은 독립 손해사정사들의 고질적인 문제도 보험회사의 문제만큼이나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보험보상은 사실 나에게 직접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모르고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정작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보상을 받아야 할 때 실제 이런 불합리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고 누구든지 언제든지 억울하고 답답한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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