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인터넷에 등록된 A회사의 직원 모집공고를 보고 입사한 B씨는 출근 첫 날부터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A회사 인사담당자 C가 근로계약서가 아닌 도급계약서, 위탁계약서 등을 B에게 내밀며 다짜고짜 서명하라며 만일 서명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회사에 나오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C의 말에 당황한 나머지 B는 덜컥 서명을 하고 지난해 3월부터 업무를 시작하게 됩니다.

 

▲ 노재찬 노무법인 위맥 노무사

A의 사례는 실제 근로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최근 저희 사무실에 접수되는 상담 사례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위 사례의 쟁점은 도급계약서, 위탁계약서 등의 계약서를 쓴 경우 근로자성이 부인돼 근로자가 노동관련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지 여부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노동관련법률의 각종 보호를 받게 됩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퇴직금을 받고 일정요건 충족 시 주휴일과 연차유급휴가를 부여 받습니다.

또 회사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 측 입장에서는 근로자 직접 고용에 대한 부담이 많다 보니 노동관련법률상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위와 같이 도급계약서, 위임계약서를 체결하는 꼼수를 쓰는 경우를 자주 볼 있습니다.

근로자성 판단은 법 규정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판례 법리가 비교적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판례의 주요 판단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업무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는지와 사용자에 의해 근무시간·근무장소가 지정되고 구속 받는지, 사내 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지, 근로제공관계가 계속적인지, 비품·원자재 등을 근로자가 소유하는 등 독립적인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여부 등을 주요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 상담 내용 중 IT업계에서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개발자와 보험설계사를 관리하는 팀장, 피트니스센터의 트레이너 사례의 공통점은 상기 판례의 근로자성 판단 법리를 대부분 충족하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근로현장에서는 이들 모두 노동관련법률의 보호를 전혀 받고 있지 못했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근로자들에게 입사 당시 이미 도급, 위임계약서를 썼으니 퇴직금과 연차휴가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는 노동관련법률에 무지한 근로자를 교묘하게 이용해 인건비를 절감시켜 보려는 사용자 측의 그릇된 관행으로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고용노동부도 위장도급, 불법파견 근절을 위해 사업장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등 다각도로 근로자들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 글을 보고 현재 내 상황이 근로자 판단기준에 부합하는 거 같은데 사측에서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근로자의 퇴직금, 연차휴가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면 가까운 노동관서 또는 노무법인을 찾아 상담을 통해 절차를 안내 받아 소중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 상담접수는 홈페이지 우측상단 독자게시판이나 이메일 ftsolomon@ftoday.co.kr을 통해 하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