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은성 기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가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의 표현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시·경기도,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여는 ‘2015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무라야마 전 총리 담화의 이른바 4대 키워드인 식민지배와 침략, 반성, 사죄를 “아베 총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이해하고 담화로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진정성이 아베 총리의 오는 14일 담화에서 나타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를 수정·검증한다고 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무라야마 담화를 정말 존중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며 “의심을 받는 부분을 해소하는 메시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일관계의 현주소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전후 70년을 맞았지만 갈등이 깊어지는 한중일 3국 상황에 대해 그는 “정상회담마저 열리지 않는 상황까지 됐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며 “일본의 지도자에게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의 지도자에게 결여된 점은 과거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상처를 받은 분들이 더 이상 사과할 필요 없다, 화해하자고 말할 때까지 사죄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우경화 경향에 대해서는 “경제가 침체돼 있을 때 중국, 한국에 강한 대응을 강조하는 정치가가 쉽게 지지를 받는 환경이 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실제로는 강한 마음이 아니라 약한 정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인권·윤리 문제로서 일본이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존자가 47명밖에 남아 있지 않은 만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진전을 사실상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데 대해서는 “일본에 마음을 열어 위안부 문제도 정상회담 안에서 진전시켜 가자는 마음을 가지면 그것이 아베 총리를 움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54년만의 정권 교체를 이끌어내고 2009∼2010년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전 총리는 재임 당시 우애에 기초한 동아시아 공동체를 외교정책으로 주창한 바 있다.

오는 13일 열리는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며 동아시아 공동체의 구축으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이홍구 전 총리와 2015 동아시아평화선언을 공동 낭독한다.

한편 오늘 오후 2시에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한이 서린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여옥사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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