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법조계에서는 지난달 26일 대법원의 공개변론에 상당한 관심이 쏠렸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할 수 있는가에 관한 사건인데 우리 법원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이른바 유책주의의 입장을 변경할 것인가가 핵심적인 쟁점이었습니다.

 

▲ 오광균 법률사무소 율평 변호사

유책주의란 이혼 사유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책주의에서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파탄주의가 있습니다.

이는 혼인이 사실상 파탄된 경우에는 이혼 청구권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자라도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이 이루어졌던 사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아내와 남편은 15년째 별거중입니다.

이 부부는 1976년에 결혼해 슬하에는 세 자녀가 있으나 남편이 1996년에 다른 여성과 교제를 하시 시작해 그 여성과 사이에서 딸까지 두게 됐습니다.

남편은 2000년부터 내연녀와 동거하면서 아내와 사이에 낳은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로 매월 100만 원 정도를 지급해 오다가 2011년에 신장병에 걸리게 됩니다.

남편은 아내와 자녀들에게 신장이식을 요청했고 이를 거절당하자 그 이후로 생활비 지급을 중단하고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례입니다.

1심과 항소심에서는 모두 남편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판례를 따른 것인데요.

민법에서 이혼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제840조인데 문제는 제6호의“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대한 해석을 두고 이견이 있는 것입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해석에 관해 파탄주의를 규정한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계속 됐지만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위 규정은 유책주의를 규정하면서도 제한적으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글자 그대로만 본다면 파탄주의를 규정한 것처럼 보이나, 제1호부터 제5호가 모두 이혼 책임 사유를 열거하고 있기 때문에 제6호 역시 이혼의 책임 사유를 규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허용하지 않지만 매우 제한적으로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될 것과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 이 두가지 경우 모두 해당돼야만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된다면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른바 축출이혼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즉 다른 이성과 눈이 맞았다거나, 혹은 더 좋은 조건의 이성이 나타나서 현재의 배우자를 쫓아내기 위한 소송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또 유책배우자가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지면 혼인파탄의 책임이 없는 상대방은 유책배우자를 상대로 또다시 위자료 청구를 해야 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법원에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받아들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민법 제840조 제1호에서 제5호까지는 모두 유책주의를 전제로 해 이혼 사유를 열거했는데 오로지 제6호만을 파탄주의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법 감정이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자, 가령 외도를 저지른 자가 정숙한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을 받아줄 수 있는가에 대해도 의문이 있습니다.

결국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 해결하기 전에는 대법원에서 기존의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전환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한 이번 대법원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가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사실관계가 전혀 다른 사건에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만약 유책배우자로서 이혼 청구를 받은 사람이라면 앞으로 있을 대법원의 판결에 지나친 기대를 하기 보다는 법조인의 도움을 받아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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