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용진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에 ‘원조’를 따라하는 ‘미투’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클레어스코리아의 마유(馬油) 성분 크림 브랜드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마유 성분과 주황색 케이스 디자인까지 똑같이 베껴 내놓은 제품들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상표권 출원과 등록을 마친 클레어스코리아는 현재 모조품 업체들과 4개의 상표권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다. 4개 업체는 모두 가압류 처분을 받은 상태다.

이처럼 국내 화장품 업계는 ‘미투’ 제품 논란이 도를 넘고 있다. 특정 제품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성능이나 효과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비슷한 화장품이 연이어 나타난다.

최근 업체들이 앞다퉈 선보이는 쿠션 제품이 대표적이다. 쿠션 제품의 ‘원조’는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선보인 아모레퍼시픽이다. 파운데이션을 퍼프로 찍어 발라 쉽게 덧바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에서 1.2초당 한 개씩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자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랑콤, 국내 브랜드숍 미샤 등에서도 쿠션 형태 제품들을 출시했다.

LG생활건강은 스펀지 재질인 에테르폼을 사용한 특정 내구성에 관한 특허에 대해 특허등록무효소송을 출원하기도 했다. 법원이 1심에서는 LG생활건강, 2심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는 LG생활건강이 심결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에게 히트한 제품을 중심으로 미투 논란이 거세다. 달팽이 성분 크림, 동물 마스크팩 등의 유사 제품들이 연이어 나타나 업체들 속을 썩이는 것도 모자라, 저품질 짝퉁 제품들이 중국인들에게 판매되면서 한국 상품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실제 네이처리퍼블릭은 자사의 알로에 수딩젤 제품을 그대로 위조해 불법 제조·유통하는 무허가 업체가 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해당 제품은 국내외에서 6600만개 이상 팔린 히트 제품이다. 업체 측이 경찰에 의뢰한 결과, 지난 2월 무허가 불법 공장 및 모조품 제조 일당이 붙잡혔다.

‘미투’ 화장품이 쏟아지는 것은 화장품업계가 시장성을 이미 검증받은 제품을 따라해 위험 부담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유사 제품들로 인해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어 선두업체들도 강경 대응은 자제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주덕 숙명여대 향장미용학과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브랜드 제품을 많이 모방했듯이 현재 중소업체들은 실패 비용이 부담스러워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며 “아이디어를 베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나 선두업체들을 중심으로 파이가 커지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너도나도 ‘중국’ 시장을 공략하다보니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성분, 디자인이 겹칠 수밖에 없다는 화장품업계의 토로도 나온다.

지난 5월 15일 더샘이 출시한 대나무 성분 수딩젤 제품과 10여일 뒤 토니모리가 출시한 대나무 성분 수딩젤 제품은 성분뿐만 아니라 케이스 디자인도 비슷해 ‘미투’ 제품 논란을 겪었다.

더샘 측은 지난해부터 제품을 기획해 디자인권도 특허청에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토니모리 측도 지난해 오이 수딩젤과 함께 자체 연구소에서 제형, 판형 등을 기획한 상태였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시장 조사를 통해 선호하는 성분이나 제형, 디자인들을 개발한다. 중국 현지 사업자들이 요청을 하기도 한다”며 “현재 중국 시장을 주로 공략 중인 업계 특성상 제품들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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